[세계로 가는 청정관광1번지 산소카페 청송 .8] 태행산 MTB코스

  • 류혜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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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04 07:36  |  수정 2023-12-12 11:09  |  발행일 2023-10-04 제12면
시원한 풍광·짜릿한 다운힐…마무리는 달기약수 백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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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송군 진보면 괴정리와 청송읍 월외리에 걸쳐 있는 태행산은 국내 산악자전거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울창한 숲, 굴곡이 심한 계곡과 능선, 시원스러운 풍광이 어우러져 산악자전거 타기에 안성맞춤이다. 〈청송군 제공〉

짜릿하고 쫄깃한 다운, 울퉁불퉁한 낙타봉의 연속, 적당하게 까칠한 다운, 시원하게 내리 쏜다, 열심히 쏜다, 샤방하게 달린다, 흙과 자갈과 풀의 상태를 살핀다, 끌바 등의 표현이 있다. 산악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종종 쓰는 표현이다. 산속을 달리는 자전거를 상상해보면 여러 가지가 떠오른다. 언젠가 엉금엉금 올랐던 산길, 미끄러질 것만 같아 조심스레 빗겨 밟았던 길섶의 풀, 헉헉 거친 숨소리와 가파르게 오르는 심박 수, 후다닥 잰걸음으로 달려 내려갔던 내리막길, 탁 트인 곳에서 내 몸을 감싸고 지나가던 바람 같은 것들. 산악자전거 챔피언 네드 오버렌드는 이렇게 말했다. "산악자전거는 사람들이 환경 보호론자가 되도록 도와준다. 산악자전거는 자연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수단이다."

2009년부터 5~6월 청송군수배 대회
올 450여명 참가 전국구 대회 명성

크로스컨트리·다운힐 등급별 열려
울퉁불퉁한 낙타봉·울창한 숲으로
MTB의 묘미 맘껏 즐길 수 있는 곳


◆산악자전거

1970년대 초 샌프란시스코 북쪽 마린 카운티(Marin County)에 있는 타말파이스(Tamalpais) 산에서 젊은이들이 낡은 자전거를 타고 산길을 내려왔다. 그들은 그저 재미로 산에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점차 산에서 자전거를 타는 젊은이들이 늘어났고, 험한 산길에서도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자전거도 만들었다. 산악자전거 초기에 라이더들이 가장 선호한 것은 두꺼운 바퀴의 자전거였다. 그들은 두꺼운 바퀴의 자전거를 개조해서 산길을 달렸고 울퉁불퉁한 지면 위를 달리고 도랑을 뛰어넘고 인근의 숲을 돌아다니거나 호수에 자전거를 담그기도 했다. 이후에는 변속기를 달았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산악자전거라고 부르는 자전거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1976년 10월21일, 마린 카운티의 젊은이들은 누가 산에서 가장 빨리 내려오는지를 겨뤘다. 경기는 타말파이스 산에 있는 소방도로를 달려 내려오는 다운힐 방식이었다. 그것이 최초의 산악자전거 대회다.

현재의 산악자전거는 산악능선을 질주하기 위해 바퀴의 지름이 20~27인치로 도로 사이클보다 작고, 두께는 도로용보다 1.5~2.5배 두꺼워 모터크로스(오토바이형) 자전거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높은 충격에도 끄떡없는 튼튼한 프레임과 구동계열 부품, 특수 충격 흡수장치와 강력한 브레이크가 장착되어 있으며 특히 경사진 길을 보다 쉽게 오르내리기 위해 27단, 30단, 33단 등의 고단의 기어가 장착되어 있다. 경기 종목으로는 험난한 산악 지대를 달리는 크로스컨트리와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을 오르는 힐클라이밍(Hill Climbing),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다운힐(Down hill), 2명이 한 조가 되어 언덕을 내려오는 듀얼슬라럼(Dual slarom), 인공적으로 설치한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트라이얼(Trial)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크로스컨트리는 1996년 미국 애틀랜타 하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경기 코스는 오르막과 내리막, 직선로와 굴곡이 골고루 섞여 있어 여러 가지 기술을 종합적으로 숙련해야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은 선수가 올바른 코스를 확인할 수 있도록 일정 간격으로 표지판을 설치해야 하며 때에 따라 위험 지역을 알리는 표시와 방어벽 설치도 요구된다. 산악자전거 경기 종목 중 가장 화려하고 인기가 높은 것은 다운힐이다. 3~4㎞ 거리를 최고 속도 80㎞로 3~5분 내에 내려오는 경기로 박진감이 넘친다. 하지만 매우 빠른 속도를 내는 경기라 항상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출전자는 오토바이 헬멧과 같이 머리 전체를 감싸는 헬멧과 팔, 다리, 어깨, 가슴, 등 온 몸에 보호대를 착용하고 출전한다. 산악자전거가 한국에 도입된 것은 1980년대 초다. 이후 큰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 전국적으로 많은 동우회가 운영되고 있고 각종 대회들도 개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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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태행산에서 열린 '제13회 청송군수배 전국산악자전거대회' 참가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청송군 제공〉

◆청송군수배 전국산악자전거대회

매년 5월 혹은 6월이면 수백 명의 자전거 탄 사람들이 청송으로 몰려온다. 청송 태행산 MTB 코스에서 열리는 청송군수배 전국산악자전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청송군은 2008년 10월 태행산 일대 임도에 MTB 코스를 개설하고 2009년에 '제1회 청송군수배 전국산악자전거대회 및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개최한 이후 해마다 대회를 열고 있다. 태행산 MTB코스에는 3종의 표지판 84개가 설치되어 있고 종합안내판과 자전거거치대, 안전을 위한 목책 등도 설치되어 있다. 경기 종목은 다운힐과 크로스컨트리며 각 종목 등급별 수상자에게 메달과 상장, 시상금이나 시상품을 수여한다. 보통 대회 첫날에는 초급, 중급, 상급 등 6등급의 다운힐 경기가 치러진다. 둘째 날에는 초급, 중급, 남자부, 학생부, 여자부 등 22등급의 크로스컨트리 경기가 펼쳐진다. 각 코스에 초, 중, 상급으로 나뉘어 경기가 펼쳐지기 때문에 다양한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참가한다. 2023년 제13회 청송군수배 산악자전거대회는 지난 6월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열렸다. 이번 대회에는 45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명실상부한 전국대회로 자리매김했다.

태행산은 청송군 진보면 괴정리와 청송읍 월외리에 걸쳐 있다. 높이는 933.1m이며 동서 방향으로 능선이 이어진다. 이 일대에서 비교적 높은 산지를 형성하고 있고 신갈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등의 군락이 널리 분포하고 있다. 산악자전거 코스는 지형이 만든다. 태행산 코스는 울창한 숲, 굴곡이 심한 계곡과 능선, 시원스러운 풍광으로 산악자전거의 묘미를 맘껏 즐길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태행산에서 열리는 청송군수배 산악자전거대회는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기다려지는 대회로 통한다. 산소카페 청송의 자연과 함께하기에 참가 그 자체로도 이벤트라 여긴다. 대회 출발지점은 청송읍 부곡리 달기약수터가 있는 약수공원 공영주차장이다. 이른 아침부터 많은 관광객과 주민들이 대회를 응원하러 모이고 카메라, 영상, 식사, 심판, 수송 등을 담당하는 운영 스태프들, 경찰관과 의료진들, 동호회 회원들 등으로 떠들썩하다. 개회식에는 다양한 경품이 걸린 추첨행사도 진행한다.

◆태행산 MTB 코스

오전 10시 정각, 시총과 함께 선수들이 달려 나간다. 먼저 1그룹인 상급 일반부, 대학부, 고등부, 중등부와 중급부 전체, 초급 시니어부, 베테랑1, 2부가 출발하고 5분 뒤 2그룹인 초급 그랜드마스터부와 마스터부가 출발한다. 초반은 도로구간으로 4.5㎞의 도로를 달리게 된다. 약한 내리막과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는 길이다. 누적거리 3.6㎞ 정도에 한번 짧고 굵게 오르는 300여 m의 오르막이 있다. 선두에서 후미를 쪼개놓기 위해 확 치고 오르며 강하게 달려 오르는 구간이다. 짧지만 12~13% 경사로 오르는 도로구간이기에 순간 심박이 꽤 오른다. 다시 내리막이다. 약 500m쯤 시원하게 내리쏜 뒤 옹점교 다리를 건너기 전 우회전 해 평지구간을 신나게 달려 나간다. 5.5㎞ 지점에서 비포장으로 바뀌고 7㎞ 지점 정도가 되면 슬슬 오르막으로 변하는 것이 체감 된다. 선두에서는 강력하게 도망가며 속도를 내고 뒤에서 선두를 놓치지 않게 달려보는 것만으로도 꽤나 힘 손실이 많은 구간이다.

8㎞ 지점부터는 경사가 강해지는 임도다. 경사도는 15~22% 정도까지 변하고 속도는 떨어진다. 경사가 센 구간에서는 앞바퀴가 들썩들썩하는 느낌까지 든다. 다행히 이 경사는 그렇게 길지 않고 약 300m 급경사 오르막을 달려 코너를 돌면 어느 정도 경사가 완만해지기 시작한다. 9㎞ 지점부터는 약간 더 완만해지는 편이라 여기에서부터는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가기 좋다. 간격을 벌리기 위해 더 열심히 쏘는 선수들도 많다. 9.8㎞ 지점부터 태행산 정상 10.8㎞ 지점까지는 4~5% 경사의 완만한 오르막으로 속도를 좀 더 높여서 달릴 수 있다. 정상을 500여m 정도 앞두면 임도 옆으로 목책이 보이기 시작한다. 좀 더 속도를 높이고 힘을 내 영차! 10.8㎞ 지점 정상을 통과하면 바로 신나는 내리막이다. 13㎞ 지점까지 2㎞가 넘는 내리막으로 중간에 두 차례 정도 짧게 치고 오르기도 하지만 굉장히 속도가 붙는 고속 내리막 구간이다.

13㎞ 지점 이후로는 계속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된다. 울퉁불퉁한 낙타봉이 연속되고 짜릿하고 쫄깃한 다운과 적당하게 까칠한 다운, 급 오르막 구간 끌바도 이어진다. '끌바'는 자전거를 끌고 올라간다는 뜻이다. 좁은 산길을 추월해 나갈 때는 '좌측으로 갈게요' '우측으로 갈게요' 소리도 지른다. 누적거리 17.5㎞ 지점이 되어야 오르막이 끝난다. 그때까지는 죽기 살기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이다. 17.5㎞ 지점을 통과하면 800여 m의 짧고 신나는 내리막이다. 콘크리트 포장길을 만나게 되면 본격적인 레이스 코스는 거의 끝났다고 봐도 된다. 이제 2㎞ 정도 남아있는 대회 코스, 마지막 500m는 샤방하게 달려 피니시 지점을 통과한다. 서로를 축하하는 환호가 터진다. 이들에게 수상은 뿌듯한 기쁨이고 완주는 더없는 기쁨이라고 한다. 라이딩 후 달기약수로 만든 닭백숙은 "끝내준다."

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참고=청송군. 대한자전거연맹. 체육학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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