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영원한 효자는 없다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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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11 06:56  |  수정 2023-10-11 08:57  |  발행일 2023-10-11 제26면
레슬링 권투 핸드볼 등
비인기 종목 성적 하락
투혼 요구 더이상 안돼
지속 투자와 관심으로
다양한 효자종목 육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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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 체육부장 겸 NFT 팀장

얼마 전 막을 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른바 비인기 종목이 '효자 종목'으로 치켜세워지고, 이들 종목 선수들의 활약이 '투혼'이라는 이름으로 박수받고 있다.

역대 올림픽에서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금메달을 안겨 준 종목을 살펴보면 양궁을 비롯해 레슬링, 유도, 태권도, 배드민턴 등이다. 여기에 탁구와 핸드볼, 사격, 역도, 펜싱 등도 각종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을 빛내왔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종목을 아우르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국민의 관심권 밖에 있다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가 열리는 시기에만 주목을 받는 종목이라는 것.

이들 종목 선수는 얇은 선수층에 이렇다 할 지원도 없이 오직 소수의 노력으로 세계 선수와 겨뤄왔다. 열악한 시설에 별도 지원 없이 선수와 관계자들의 열정에만 의지해 훈련과 경기를 진행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간간이 있는 국제대회에서만 한 번씩 반짝 인기를 발휘할 뿐, 이들 종목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더 이상 투혼에 의지한 효도를 바라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실제로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효자종목의 '불효'가 적지 않게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레슬링이다. 레슬링은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 2개에 그쳤다.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13년 만이고, 은메달도 따지 못한 것은 1966년 방콕 대회 이후 57년 만이다.

레슬링의 경우 광저우 대회 때도 28년 만의 노골드를 경험한 바 있다. 이미 레슬링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문제는 레슬링보다 더 충격적인 사례도 있다는 것. 국제경기 때만 뜨거운 관심을 짧게 받으며 '한데볼'이라고 불리던 핸드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7개의 금메달을 따냈던 여자 핸드볼대표팀은 이번 대회 결승에서 일본에 패했다. 2010년 이후 13년간 일본에 진 적이 없었던 핸드볼이지만, 격차가 줄어들더니 끝내 뒤집힌 것이다. 남자 핸드볼도 사상 처음 4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1990년 이후 처음으로 동반 '노골드'가 됐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올림픽 은메달을 따내며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잠시나마 잊었던 여자 하키 역시 금메달 사냥에 실패했다. 계속된 무관심의 필연적 결과다.

기본적인 환경 투자와 함께 미래 인재 육성에 무관심해진다면 제2의 레슬링이나 핸드볼, 하키가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다.

문제는 비인기 종목에 대한 체육 예산지원이 갈수록 줄어들고, 체계적인 선수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선수층이 두껍고 이들을 육성해야만 다져질 스포츠의 기본 토양이 메말라 가고 있는 것이다.

때마침 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전국체육대회가 열린다. 수영의 지유찬이나 양궁의 김제덕 외에도 3천명에 달하는 대구경북의 젊은이들이 각자의 종목에서 최선의 결과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선수 개인의 노력과 투혼만으로 비인기 종목을 효도종목으로 만들 수 없다. 아시안게임에 대한 관심이 전국체전으로 이어져 꾸준한 투자와 관심이 지속돼야 효자, 효녀 종목이 출현할 것이다.
홍석천 체육부장 겸 NFT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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