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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전남 목포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여당의 보궐선거 패배를 두고 '변화'를 주문하면서 국정운영 기조가 달라질 지 관심을 모은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회의에서 "선거 결과에서 교훈을 찾아 차분하고 지혜롭게 변화를 추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궐 선거 후 이틀만에 공개된 발언으로, 성찰과 변화를 전체 여권에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윤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대해 중대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이 정치권의 해석이다. 서울 강서구가 야당 강세를 보인 지역이기도 했고 단 한곳의 결과이기에 전체 민심과는 다르다는 평가도 있지만, 수도권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선거에서 패한 것은 적잖은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즉 이같은 발언들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여권과 대통령실에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평가다. 내년 총선에서도 패할 경우 '식물정부'로 전락할 수 있고 향후 '대통령실 출신'이라는 경력도 살리기 어렵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은 국정운영 기조의 전환이 이뤄질지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교훈'과 '변화'를 강조한 만큼, 국정 기조를 재점검하고 인적개편 등 쇄신 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분석이다. 국정기조 변화에는 '인적쇄신'이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인력 교체가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 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보여주기식, 인위적인 교체나 물갈이는 없다는 기조를 보여왔다. 하지만 보궐선거 다음날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 형식을 빌려 사실상 '지명 철회'되면서 변화의 시작을 보였다. 국회에서 야당 반대로 임명이 부결된 대법원장과 임기 만료를 앞둔 헌법재판소장 인선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인적쇄신 강도에 따라 쇄신의 폭도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더욱이 대통령실과 부처에선 총선 출마에 따른 필수적인 교체도 앞두고 있기에 대통령실 및 내각 개편의 폭은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념론'과의 단절도 관전 포인트다. 집권 2년차 윤 대통령은 "제일 중요한 것이 이념"이라고 수차례 언급하며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념을 국정의 최우선 키워드로 내세웠다. 홍범도 흉상 논란으로 대표되는 이념 논쟁이 대표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보궐 선거에서 민심을 확인한 만큼, 국정 키워드에도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이를 대체할 국정 키워드는 단연 '민생'과 '경제'다. 앞서 대통령실과 정부는 장바구니 물가와 소외계층 복지 대책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따뜻한 경제'에 대한 정책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주요 이슈인 의대 입학 정원 확대라는 국가적 숙원 사업과 관련한 메시지도 나올지 주목된다. 여권 지지층인 의사단체에서 반발이 큰 상황이지만 지방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여당을 비롯한 국회와 소통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거부권이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없는 장관 임명 등 야당과 소통하지 않는다는 '불통 이미지'를 어느정도 희석시킬 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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