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속으로] 깡통전세 놓고 보증금 돌려막기…46억 가로챈 전세사기 일당 검거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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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18  |  수정 2023-10-18 07:49  |  발행일 2023-10-18 제6면
선순위 보증금 허위로 고지
[사건 속으로] 깡통전세 놓고 보증금 돌려막기…46억 가로챈 전세사기 일당 검거
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생리에 밝은 A(50)씨는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대구 남구·달서구 일대 빌라 5동을 매입했다. 무자본 갭투자는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것이다.

초기 자본을 거의 들이지 않고 빌라 5동을 매입한 A씨는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대출이자·세금·생활비 등으로 사용했다. 전형적으로 임차 보증금을 '돌려막기' 한 셈이다.

특히, A씨는 기존 월세 계약을 전세 계약으로 전환하면서 임차인들이 임대차계약 전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야만 '선순위 보증금'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선순위 보증금'은 다가구주택 등이 경매로 넘어갈 때 보증금을 돌려받는 순위를 의미한다. 계약할 집의 부채 규모를 계산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A씨는 이 선순위 보증금을 허위로 고지하는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속였다. 당시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차인이 임대인에 선순위 보증금 정보 제공 동의를 요구하더라도 임대인이 거부하면 강제할 수 없었다. A씨는 선순위 보증금 현황 확인을 요청한 임차인들과는 계약하지 않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범죄에 동원됐다. 공인중개사 B씨 등은 임차인에게 허위로 매물 정보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A씨의 범죄에 적극 가담했다. 또 A씨의 계약을 일부 대신 실행하고 보수 등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17일 임차인 30명으로부터 보증금 46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A씨와 공인중개사 등 4명을 검거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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