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교도소 후적지, 개사귀정(改邪歸正)의 가치

  • 김보경 대구 달성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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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3 08:26  |  수정 2023-12-12 10:31  |  발행일 2023-10-23 제19면

김보경
김보경 (대구 달성군의원)

대구 달성 화원읍 대구교도소(1만5천560㎡)가 연말 하빈면 감문리로 이전한다. 달성군은 대구교도소 후적지에 근대미술의 전문적 수집·전시·연구 기능을 수행할 국립근대미술관과 뮤지컬산업 성장의 국가거점 구축을 위한 뮤지컬콤플렉스를 조성할 방침이다. 이는 문화도시 거점공간 개발을 통해 늘어나는 문화·예술 수요를 맞추고, 개발제한구역으로 인해 저하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국립근대미술관은 전시관, 수장고, 복원·보존센터, 시민서비스공간 등으로 구성된다. 연면적은 5만1천㎡에 달한다. 뮤지컬콤플렉스는 연면적 5만9천㎡에 국립뮤지컬진흥원, 창작지원센터, 뮤지컬전용극장, 뮤지컬박물관, 도시공원 등이 들어선다. 총사업비는 6천700억원(전액 국비)이다.

대구는 오랜 역사적 배경과 풍부한 유산을 가진 도시다. 특히 전국 어느 지역보다 근대미술에 관한 자긍심이 높다. 하지만 현재 대구에는 시립미술관이 한 곳뿐이다. 이에 대한 여러 이유를 차치하고 단순 숫자로만 보더라도 전국 최하위라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인구 250만 대도시에 국공립 미술관이 하나뿐이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마저도 BTL 방식으로 지어져 건축의 절반밖에 사용할 수 없는 채로 10년 이상 시간이 흘러왔다.

달성은 현대미술제 최초 개최지(1974년)이자 한국 최초 피아노 유입지(1900년)이기도 한 역사성 있는 문화고장이다. 또한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균형발전을 내세우는 상징적인 장소다. 인접한 도시철도, 영호남 연계 교통 중심, 양호한 수도권 접근성 등은 50년 이상 기피시설로 인해 낙후된 달성의 도시재생을 견인하기에 충분할 뿐 아니라, 대구교도소 후적지를 문화적 랜드마크로 바꾸는 도시재생 측면에서도 훌륭한 입지 여건이다.

광주에는 아시아문화전당, 청주엔 국립 분관이 건설됐다. 서울과 수도권의 높은 문화시설 분포에 비춰 보면 대구는 미술 기관의 전국 배치에서 거의 배제돼 왔다. 때문에 중앙정부는 '문화예술 허브 조성사업 부지'를 옛 경북도청에서 대구교도소 후적지로 변경하는 계획안을 조속히 확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2024년 문화체육관광부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과 2025년 예비타당성 조사 및 기본실시설계 등을 거쳐 2028년 준공하려면 차일피일 미루면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내년도 문체부 용역비 예산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외부 관광객보다 지역주민을 우선으로 하는 서비스 개발에 중점을 둔 영국 게이츠헤드의 발틱현대미술센터와 스페인 빌바오구겐하임미술관은 미술관이 지역발전 동력으로 작용한 좋은 사례다. 대구교도소 이전 후 후적지가 혐오시설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게 개발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개사귀정(改邪歸正)'의 가치를 실현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김보경 (대구 달성군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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