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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국회의사당 앞 정지 표지판이 표시되어 있다. 이날 예정됐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 표결을 위한 본회의는 더불어민주당 내홍으로 무산됐다. 연합뉴스 |
총선을 6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 내부 분위기가 심상찮다.
국민의힘 비주류 진영에서 탈당이나 신당 창당설이 나오면서 내년 총선 전망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자칫 쪼개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갈등이 폭발한다면 총선에서 '살아 남으려는' 인사들의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친윤(친윤석열)계가 장악한 국민의힘에서 분열을 시사하는 메시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12월 결심설'까지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12월쯤 나는 떠날 것인가 남을 것인가 (선택할 것)"이라며 "떠나는 것, 신당을 한다는 것은 늘 열려 있는 선택지이고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당내 쇄신을 지켜보고 변화가 없다고 판단하면 국민의힘을 떠나겠다는 의미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선 유 전 의원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한다. 한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떨어진다면 창당해 기존에 주창했던 개혁 보수를 꺼내들 수 있다"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기자회견을 자처, 눈물까지 흘리며 대통령과 당의 변화를 촉구했다. 또 대구를 찾아 "배신의 정치 저주를 풀러어달라"고 호소했다. 탈당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을 보였지만, 가능성을 아예 닫지는 않았다.
이 전 대표는 대구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보수가 이기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저는 (국민의힘과) 헤어질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서도 "제 입장에서는 더 조롱받을 이유도 없고, 보수가 앞으로 잘 되기 위해 또는 저 개인적으로 유의미한 선거를 하기 위해 다른 결심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이나 이 전 대표의 움직임에 친윤계는 애써 무시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을 깎아내리기도 한다.
김민수 대변인은 19일 MBC '아침&매일경제'에 출연해 진행자로부터 '한 지도부 인사는 이 전 대표가 나가도 우리 당에서 빠지는 건 3~4%p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라는 질문에 "장기적으로는 3~4%p 플러스 될 것이라고 본다"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SNS에 "즉각적으로 이준석을 제명해서 당 지지율을 올리시라"라고 반발했다.
물론 김 대변인의 발언은 국민의힘 공식 입장이 아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저희도 이 전 대표와 헤어질 결심을 안 했다. 이 전 대표가 저희 당에 있어서는 당원임과 동시에 직전 당 대표 그리고 굉장히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유 전 의원이나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은 TK 민심과는 무관하다. 내년 총선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 미칠 가능성이 높다. 윤상현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차린다면 영남권에는 영향 안 미칠 수가 있으나, 수도권에서는 엄청난 파괴력"이라며 "국민의힘 후보를 떨어뜨리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다"고 했다.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를 안고 갈 것인지를 놓고 상당한 고심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 전 의원과 이 전 대표 또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결단할 가능성도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포용'을 강조했다. 홍 시장은 최근 SNS를 통해 "지게 작대기라도 모아 총선에 대비할 때"라며 "총선 지면 내일은 없다"고 경고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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