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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10시쯤 대구시 동인청사 앞에서 A택시협동조합 조합원들의 드라이브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경찰 추산 30여대로 추산됐다. |
올해로 10년 차 택시기사 전상재(69)씨는 6년 전 그날의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 법인택시 기사였던 그는 2천500만원만 내면 개인택시처럼 근무도 자유롭고 나만의 차를 가질 수 있다는 사탕발림에 넘어가 대구 달성군의 한 택시협동조합에 가입했다. 현재 5개월째 임금 체불 상태인 그는 지난 7월 경찰서 앞에서 6일간 단식농성도 벌였다. 문제 해결을 위해 기획재정부·국회 등을 오가는 사이 건강도 급속도로 악화됐다. 콩팥은 기능을 잃었고, 소화불량 증세마저 나타났다. 전씨는 "택시협동조합에 가입한 이후 인생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법의 사각지대인 이곳은 사기꾼 양성소와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각종 비리·횡령의 온상이 된 택시협동조합의 실체를 알리기 위해 택시기사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은 대구 도심 곳곳을 택시로 달리며 비리 이사장에 대한 수사와 대구시의 책임 행정을 촉구했다.
19일 오전 10시쯤 대구시 동인청사 앞. 수십 대의 택시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이들은 달성군에 있는 택시협동조합인 A택시 조합원들로, 이사장의 일방적인 조합 청산을 저지하고자 시청 앞에 나왔다.
택시에는 '부당 청산을 승인하는 대구시는 각성하라' '횡령·배임 당사자 청산인 자격 박탈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붙었다. 이들은 대구시 동인청사에서 출발해 삼덕네거리~계산오거리~태평네거리 등을 거쳐 대구시 산격청사까지 도심 곳곳을 누비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때 운영 택시만 285대에 달했던 A택시는 현재 조합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조합 이사장의 비리·횡령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십억원의 빚더미에 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조합원들은 5개월째 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다. 조합 탈퇴 희망자들도 출자금을 돌려받지 못해 수십 건의 소송을 조합에 제기한 상태다.
세 차례에 걸친 청산 총회에서 조합원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조합은 자산인 택시를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보유 택시가 없으면 자동으로 조합 청산 절차에 들어가는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들과 수십 건의 소송이 걸려 있는데, 법인을 없애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속셈으로도 읽힌다. 평생을 피땀 흘려 번 조합원들의 자산도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창호 A택시 비상대책위원은 "횡령·배임을 일삼은 당사자인 조합 이사장의 청산인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며 "부당 청산 절차인 만큼, 대구시도 조합의 택시 양도 양수(일정한 영업 목적에 의해 기능적 재산을 이전하는 것, 택시의 경우 면허)를 받아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경재 대구시 택시물류과장은 "원칙에 따라 택시 양도 양수를 진행하고 있다. 규정에 맞춰 양도 양수를 요청할 경우 거부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해당 조합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전부 양도 양수는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했다.
글·사진=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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