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천시장 대형화재 '人災'…스프링클러 밸브 잠겨 있었다

  • 이승엽
  • |
  • 입력 2023-10-26  |  수정 2023-10-26 07:11  |  발행일 2023-10-26 제3면
화재 발생 후 조기 진압 실패

점검 업체는 사전 발견도 못해

허위공문서 작성 8명 檢 송치

매천시장 대형화재 人災…스프링클러 밸브 잠겨 있었다
지난해 10월26일 오전 대구 북구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매천시장)에서 한 상인이 지난 밤 화재로 잿더미가 된 상가를 바라보고 있다. 〈영남일보 DB〉

지난해 10월 대구 북구 매천시장 대형화재 당시 어처구니없게도 '스프링클러 밸브'가 잠겨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스프링클러는 발화 초기에 화재통보와 소화가 동시에 행해지는 자동소화설비로 대형화재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매천시장 화재 직전 소방시설 점검이 있었음에도 이를 발견하지 못해 '결국 인재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매천시장 화재 1년을 맞은 25일 대구경찰청은 화재 당시 도매시장 관리사무소 직원, 소방 안전 점검대행업체 직원 등 8명을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소방시설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아 화재 피해를 키웠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중 1명은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도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화재 발생 전 수리를 위해 농수산물 도매시장 A동 일부 구역의 물 공급 밸브를 잠가 뒀다. 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았고 조기에 화재를 진압하는 데도 실패했다. 소방시설법(제9조 3항)에 따르면 소방시설 기능과 성능에 지장을 주는 '폐쇄(잠금)'를 하면 안 된다.

지난해 매천시장 화재 직전에 소방시설에 대한 점검을 실시한 후 보고서를 내면서 실제 상태와는 다르게 작성한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점검대행업체는 2020년부터 관리사무소와 수의계약을 맺고 매년 소방시설을 점검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점검 업체가 서로 편의를 봐주며 지적된 사항을 빠뜨리는 등 실질적이고 정확한 소방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0월25일 매천시장 내 농산A동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점포 152곳 중 69곳을 태우고 3시간30분 만에 진화됐다. 실화나 방화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았고, 정확한 화재 원인은 알 수 없다고 결론이 났다. 매천시장은 한 해 거래물량이 50만t, 거래금액은 1조원에 육박하는 비수도권 최대 규모의 농수산물도매시장이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승엽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