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죽어서도 함께였던 이유는"…구암동 고분군 발굴현장

  •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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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1-16  |  수정 2023-11-15 17:47  |  발행일 2023-11-16 제2면
북구, 구암동 고분군 제304호분 현장 공개

연접축조 방식 확인, 공동체 의식 비롯돼

수차례 도굴에도 출토 유물들 보존 뛰어나
[르포] 죽어서도 함께였던 이유는…구암동 고분군 발굴현장
15일 오후 2시쯤 대구 북구 함지산 일원에서 구암동 고분군 제304호분 조사현장 설명회가 열렸다. 경북문화재단 문화재연구원 관계자가 발굴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르포] 죽어서도 함께였던 이유는…구암동 고분군 발굴현장
15일 오후 2시쯤 대구 북구 함지산 일원에서 구암동 고분군 제304호분 조사현장 설명회가 열렸다. 출토된 유물들을 참관객들이 둘러보고 있다.
[르포] 죽어서도 함께였던 이유는…구암동 고분군 발굴현장
15일 오후 2시쯤 대구 북구 함지산 일원에서 구암동 고분군 제304호분 조사현장 설명회가 열렸다. 해설사가 발굴현장을 참관객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15일 오후 대구 북구 함지산 일원. 험한 산길을 10여 분가량 올라가니 산 중턱에 흙과 돌이 가득한 제법 넓은 공터가 펼쳐졌다. 일정 간격으로 파인 사람 키 높이의 구멍으로 이곳이 고분군 발굴 현장임을 알 수 있었다.

북구는 이날 사적 구암동 고분군 제304호분의 발굴 현장을 공개하고 설명회를 가졌다. 6세기 신라 시대 지배층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이곳은 학술적 가치가 높은 유물이 대거 출토돼, 역사학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날은 발굴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그동안의 조사성과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북구는 제304호분 외에도 주변 고분인 302·303·305호분 현장도 함께 공개했다.

이미 여러 차례 도굴로 훼손됐음에도 고분군은 제법 뚜렷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각 고분의 형태는 신라 6세기의 무덤 양식인 '적석석곽분'으로. 돌을 사용해 시신이 안치될 공간을 만들고 그 위로 다시 돌을 쌓은 형태다. 자로 잰 듯 정교한 무덤 형태에 참관객은 너도나도 탄성을 자아냈다.

이번 조사에선 하나의 봉토(흙을 쌓아 올린 형태) 내에 주곽과 부곽이 평면 '日자형'으로 배치된 형태가 처음 확인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구암동 고분군의 무덤 양식인 평면 '11자 형'과는 다른 양상이다.

특히 앞서 만들어진 무덤에 덧붙여가며 다음 무덤을 만드는 방식(연접축조)이 확인됐다. 연접한 무덤마다 크기와 위치, 규모 등의 차이는 있지만 앞선 무덤을 파괴하지 않고 함께 매장하는 방식은 무덤 피장자 상호 간의 친분을 나타내는 방식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후에도 함께 하고자 했던 공동체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분군 현장 옆으로는 굽다리접시, 목긴항아리 등 출토된 토기류와 금속류 유물들이 전시됐다. 1천500년에 가까운 세월을 땅속에서 지냈음에도, 유물들은 기대 이상의 뛰어난 보존상태를 보여줬다. 여러 차례 도굴로 금속류 등 상당수 유물이 유실됐다는 해설사의 설명에는 아쉬움의 탄성이 쏟아지기도 했다. 출토유물의 특징과 속성으로 볼 때 고분의 조성 시기는 6세기 중반에 해당하며, 기존에 조사된 구암동 고분군 중에서는 제일 늦은 단계인 것으로 조사단은 판단했다.

배광식 북구청장은 "도굴로 인해 많은 유물이 유실된 것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기존의 발굴성과와 취합해 보면 구암동 고분군의 학술적 가치를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북구는 발굴조사 후 원형 보존을 위해 봉분 정비 등 후속 조치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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