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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IDB(미주개발은행) Lead Officer |
IMF 시절 이야기이다. 한일 월드컵 개최와 인천공항 개항을 앞두고 터진 IMF 사태로 인해, 정부는 도로 등 공공인프라시설에 추가적으로 투자할 재원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에, 당시 건설교통부 장관이 대기업 회장들을 만나서 정부 대신 인천공항과 서울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를 하나 지어달라고 부탁을 하려 했지만, 당시 기업 측에서는 확정 사업비를 지불해주는 재정사업이 아니라 기업 돈을 투자해서 직접 수익을 내야 하는 사업구조의 리스크에 부담을 느껴 만남을 계속 회피했다고 한다. 그래서 정부는 만약 민간기업이 동사업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 그 사업의 손실분을 보전해주겠다고 함으로써, 사실상 처음으로 정부재원이 아닌 민간회사의 돈으로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 인천대교를 포함한 인천공항 고속도로 건설 및 운영사업이 요새 여러 지자체가 서로 다투어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인프라시설에 대한 민간투자사업의 프로토타입이 된 것이다.
모든 공공인프라시설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국민들과 시민들로부터 징수한 세금을 베이스로 짓는 것이 그간의 상식이었다. 그런데 인천공항 고속도로 이후에 대구~부산, 상주~영천 등 여러 고속도로가 본격적으로 민간의 자금으로 지어지기 시작했고, 이를 통해 정부재정만으로는 이른 시기에 지어질 수 없었던 많은 인프라시설의 확충이 짧은 시간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다만 정부사업은 사업비를 정부가 모두 회수해야 할 필요가 없는 반면, 민자사업은 사업자가 이용료를 통해 건설 및 운영 사업비를 회수해야 하므로 결국 이용료가 정부사업에 비해 비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에 대한 이용자로부터의 불만으로 인해 정치권 등에서 나서 운영 도중에 이용료를 인하시키다 보니, 사업비 회수 불능의 리스크에 부담을 느낀 사업자들이 최근에는 새로운 민자사업에 참여를 꺼리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하겠다.
이와 더불어 건설·운영 비용을 커버할 수 있는 최소수입보장을 약속했던 것도, 비싼 이용료를 내는 민간회사 손실을 국민세금으로 메꿔줄 수 없다는 비판에 어느덧 자취를 감춰, 사실상 민자사업의 재무적 리스크는 차가 더 많이 다녀야만 해결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금 국가뿐 아니라, 여러 지자체가 앞다투어 공공시설에 대한 민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정부나 지자체가 추진하고자 하는 새로운 민자사업에 최근 사업자를 모집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20~30년간 장기적인 건설 운영과 관련하여 예측이 어려운 리스크에 대해 별다른 커버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사실 공공사업에 대해 민간의 적극적인 사업참여를 유인할 수 있는 것은 높은 수익률보다는 낮은 리스크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즉 낮은 수익률이라도 손해를 볼 가능성이 적은 사업구조를 만드는 것이 민간투자사업 초기의 성공적인 이륙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이다. 과도한 이익을 편취하는 민간사업자에 대해 정부나 지자체가 사업이익을 담보해 줄 필요는 없다고 하겠으나, 공공시설의 건설 및 운영비와 관련된 리스크 정도는 커버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를 설계·운영함으로써 국민들과 시민들이 조기에 시설이용의 편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다. 또한 이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지속 가능한 공공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박성훈 IDB(미주개발은행) Lead Off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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