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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혁신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제12차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7일 활동 '조기 종료'를 선언했다.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당의 혁신을 위해 출범한지 40여일만에 활동을 마무리 지은 것이다. 당초 24일까지 활동이 예정돼 있었지만 친윤(親윤석열)·중진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등 희생안을 놓고 당 지도부와 갈등을 겪었고, 여러차례 갈등 봉합 시도 후 활동을 조기에 마무리 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마지막 혁신위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오늘 회의로 공식적 일정을 마치고, 월요일(11일)에 혁신위 마지막 안을 올리고 백서를 만들고 끝내겠다"고 말했다.
이날 인 위원장은 "먼저 윤석열 대통령에게 감사드린다"며 "혁신위가 끝나기 전에 개각을 일찍 단행해서 좋은 후보들이 선거에 나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김기현 대표에게도 "감사드린다"며 "혁신위원장을 맡는 기회를 주고, 정치가 얼마나 험난하고 어려운지 알아볼 기회를 줘서 많이 배우고 나간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한 그는 "혁신위원들에게 제일 고맙다. 정말 열심히 했다"며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해서 우리는 50%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를 하면서 조금 더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의 혁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10월26일 출범했다. 이날까지 42일간 활동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예정된 기간보다 2주 가량 빨리 마치게 됐다.
이같은 활동 조기 종료는 결국 당 지도부가 혁신안에 반발하면서 지속된 갈등 때문으로 풀이된다. 혁신위는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인사의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희생' 안건으로 지도부와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출범 초기부터 '영남 스타 험지 출마론'을 언급했던 인 위원장은 이 안건을 11월 초 권고안으로 내놓은 뒤 '대통령을 사랑하면 결단하라'와 같은 압박성 메시지를 냈다. 한 달 가까이 주류의 뚜렷한 응답이 없자 혁신위는 '권고안'을 정식 안건으로 격상해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강경파 혁신위원들이 의결 요구 시점에 대한 이견으로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혁신위 내부 혼란도 있었다. 인 위원장은 지도부가 희생 안건을 의결하지 않는다면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는 요구도 내놨다. 때문에 당내에서도 '인 위원장이 과도하다'는 불만 기류가 형성됐다.
이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5일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오찬 회동을 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명목상 지도부와 대통령실 참모진의 만남의 자리였다고는 하나, 김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회 간 갈등 수위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현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면서 '갈등 봉합'을 주문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특히 인 위원장은 전날 김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을 언급하며 희생 필요성을 끝까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인 위원장에게 "지도부의 혁신 의지를 믿고 맡겨달라"면서도 "최고위원회에서 의결할 수 있는 사안이 있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할 일이 있어서 지금 바로 수용하지 못하는 점은 이해해주길 바란다"면서 이를 완곡히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친윤 및 중진의 희생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혁신위가 조기 종료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정해용 혁신위원은 '빈손 혁신위'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 "어제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가 제안한 안건을 공천관리위원회 등 여러 절차를 통해 녹여내겠다고 분명히 말을 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박우진 등 일부 혁신위원은 혁신안 관철을 위해 혁신위원을 공관위원으로 추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안건으로 채택되진 않았다.
이외에도 인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소신껏 하라고 했다'는 발언으로 일으킨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 논란, 이준석 전 대표를 겨냥해 '도덕이 없는 것은 부모 잘못'이라고 말했다가 일어난 실언 논란 등도 혁신위에 타격을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