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육 어렵다? 체험하며 배우면 쉽다!

  • 이효설
  • |
  • 입력 2023-12-11 07:49  |  수정 2023-12-11 07:50  |  발행일 2023-12-11 제11면
물건 팔아보고… 월급 받아보고…
대구 성서고·관음중, 청소년 맞춤 프로그램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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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장윤아기자

대구 초·중·고들이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증가에 따라 경제금융교육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유대인들의 경제금융교육은 어릴 때 밥상머리에서 시작된다는 이야기가 유명하지만, 우리나라 가정에서 경제교육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경제금융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대구의 학교 2곳을 들여다보았다.

물건 선택·구매·수요분석 등
지도교사와 시장경제 원리 체험
가상의 화폐 받고 일자리 찾아
근로소득·세금 개념 함께 배워


◆성서고, 시장 열어 먹거리 판 돈으로 이웃돕기

지난 10월27일, 성서고에서 나래시장이 열렸다. 웅이네 슈퍼마켓, 숙희네 떡볶이, 키링과 반지가게, 도전노래방, 오유아 영화관, 책갈피 가게, 슬라임 카페, 추억 사진관 등 학생 동아리와 학반에서 준비한 다양한 가게가 오픈했다.

나래시장은 코로나19로 한동안 중단되었던 대면 활동이 부활한 행사인 데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왁자지껄한 첫 대면 행사였다. 경제금융을 공부한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적용해 보는 기회여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성서고 'EBC'(경제금융동아리) 부원들은 나래시장에서 '간편하고 안전한 먹거리 + 공동체 행복 증진+사회적 기업'을 내세우며 수제 어묵가게를 운영했다.

동아리 부원들은 무엇이라도 팔기만 하면 돈이 될 것 같다고 쉽게 생각했지만,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생산하고, 실제 얼마의 양을 준비해 어느 정도의 가격으로 판매해야 하는지 모든 과정이 쉽지는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도교사와 함께 시장 분석과 구매자의 수요 분석을 위해 발로 뛰었다. 인근의 용산시장을 찾아가 원가 분석, 판매 단위, 재료 구입 방법과 결제 수단에 대해 조사해 보았으며, 사전에 조사한 온라인시장과 가격, 상품의 종류, 유통 및 결제 방법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신선호 학생은 "시장에 가서 물건의 가격을 직접 물어보고 사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이 비싸기도 했고, 원하는 제품이 없어서 결국엔 온라인에서 구입하기로 했어요. 재료를 전통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지역경제에 더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시장을 찾아가긴 했는데, 고금리·고물가로 자영업자들이 많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전통시장에 손님도 거의 없어서 많이 안타까웠어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수제 어묵가게 운영의 총판매금액은 20만4천500원. 재료비를 제외하면 3만4천500원의 순수익이 발생했다. 부원들이 인건비를 받지 않는 봉사활동으로 진행한 결과였다. 부원들은 가게 운영으로 얻은 수익을 연말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하기로 했다.

◆관음중, 체험형 글로벌 경제금융교육

관음중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금융 이해력(Financial Literacy)'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체 워크북을 제작,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난 11월 한 달 동안 '꿈키움 진로학기 글로벌 경제금융교육'(51시간)을 진행했다. 기말고사가 끝난 학생들에게 '미래에 뭐 먹고 살래?'라는 현실적 화두를 던지고, 체험 중심 경제교육을 실시했다.

학생들은 근로소득의 개념을 배우기 위해 '등하교' 대신 '출퇴근'이라는 용어를 썼다. 일급 1만두(진로학기 화폐)를 받는다. 소득이 수입의 주요 원천임을 이해한 후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근로자의 기술, 교육 정도 등)을 고려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교사들이 교과의 특성에 맞는 회사를 운영했다. 예를 들어 미술과 양수진 선생님은 관음 문화재청을 설립한 후 교내 벽화 그리기에 신입사원을 모집하면서 학생들의 일자리를 마련했다.

또 내향적인 학생들은 구직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진로학기 워크북에 있는 한자쓰기, 바른 글쓰기, 독서 감상문 등을 하면서 추가 소득을 얻도록 했다.

매주 가상으로 정한 '학생세'와 '의료보험료' 등을 납부하며 세금 및 사회보험의 개념을 배웠다. 저축과 투자의 개념을 익히기 위해 교내 중앙은행을 운영했다. 다양한 금융상품들을 준비해 금융소비자로서 스스로 비교하고, 각자의 재정 상황에 맞는 상품에 가입해 예·적금, 이율 등의 개념을 익히도록 했다.

김주하 학생은 "3학년 기말고사 이후 고등학교 진학 준비와 함께 경제금융 체험을 한 달간 했다. 어렵고 생소한 경제와 금융을 교과서가 아닌 직접 체험을 해 봄으로써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었다. 이번에 배운 경제금융교육을 통해 앞으로 현명한 경제 활동을 해 나가야겠다"라고 말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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