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22일 대구 북구의 한 택시영업소에서 만난 현기덕씨가 친절을 베푸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비결이랄 게 있나요. 인사만 잘해도 절반은 성공한 겁니다."
올 한해 대구 교통계를 빛낸 별을 뽑는 '제15회 대구TBN교통문화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택시기사 현기덕(57·대성교통)씨는 수십 년간 꾸준히 친절을 베푼 비결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올해로 30년 차 베테랑 택시기사인 현씨는 2021년부터 3년 연속 '친절택시기사'에 선정됐다. 그는 올해 시민이 직접 평가한 '대구로택시' 앱 친절기사 평가에서 압도적 1위를 기록했다. 대구 1만1천여명(대구로택시 가입자)의 택시기사 중 가장 친절했다는 의미다. 그는 심사위원 평가에서도 최고점을 받아 올해 대구 교통을 가장 환하게 밝힌 별로 등극했다.
택시는 흔히 직업의 종착역으로 불린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정상 취업이 힘들어졌거나,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택시업계의 문을 두드린다고 한다. 하지만, 오랜 기간 덧입혀진 '불친절' 이미지 탓에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택시에 덧입혀진 '불친절' 오명을 벗기 위한 일이라면 어떤 일도 마다치 않는다. 길거리 교통상황 정보를 알리는 교통방송 통신원을 6년째 수행 중이며, 어린이보호구역 예방 홍보 활동을 하는 모범운전자회원으로는 20년째 활동하고 있다. '시민의 발' 택시기사로서 시민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올해는 친절 택시기사 자격으로 대구로택시 홍보모델에 깜짝 발탁되기도 했다.
'택시 친절왕'의 친절 비결은 단순했다. '기본을 지키자'는 것이다. 현씨는 "애초에 친절이 특별한 게 아니다. 진심을 담아 인사하고, 승객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모셔다드리면 된다"며 "승객을 가족으로 생각하면 친절 베풀기는 한껏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30년간 무사고 경력은 그의 가장 큰 자랑거리다. 오랜 기간 택시를 몰다 보니 기억나는 손님도 많다. 그는 "수년 전 다리 절단 수술을 위해 수성구 시지에서 북구 칠곡까지 세 달간 매일같이 태워드렸던 손님이 있다. 휠체어를 뒷좌석에 싣고 손님과 나란히 앞 좌석에서 수술 경과 및 인생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며 "세 달 후 의족을 단 손님을 보고 마치 내 일인 것처럼 북받쳐 올라 같이 부둥켜 울었다. 완쾌 기념으로 감포 앞바다까지 무료로 드라이브도 시켜드렸다"고 회상했다. 그 승객에게 현씨는 그야말로 '시민의 발' 자체였던 셈이다.
좋은 손님이 대다수지만, 그렇지 않은 손님도 간혹 있다. 그럴 때 그는 더 환하게 웃으라고 조언했다. 웃는 얼굴에 침 뱉는 사람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택시업은 손님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귀가시키는 게 임무다. 손님이 받아주지 않더라도 내 의무는 다해야 한다"며 "성격이 타고난 것도 있다. 얼굴이 '웃상'이어서 도움이 될 때가 많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승엽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