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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28일 대구 동구 신천동 옛 동부정류장 후적지에 태영건설이 건설 중인 45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 공사가 멈춤 없이 진행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유동성 확보에 적신호가 켜진 태영건설이 28일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건설업계와 금융업계에 미칠 파장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진행 중인 각종 공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전망이지만 공사 지연, 자금난 등은 불가피하다. 대구경북에도 태영건설 사업장이 세 곳이 있어 관련 협력사나 입주민이 혹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구 아파트 공정률 48% 수준
지역 3개 전문건설사 참여 중
하도급 계약분 412억으로 확인
구미 아파트 1단지 분양 저조
2·3단지 건설 순항 장담 못해
인프라 조성에도 차질 빚을 듯
◆대구경북에도 태영건설 사업장
취재 결과 태영건설이 대구경북 세 곳에서 건설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에는 모두 지역 협력사가 참여하고 있다. 이날 대구시·구미시 등에 따르면 현재 태영건설이 지역에서 공사를 진행 중인 현장은 △대구 동부정류장 후적지(동구 신천동) 주상복합아파트 건설사업 △대구산업선 철도 서대구역~성서공단역 구간 △경북 구미 그랑포레 데시앙 건설현장 등이다.
대구 신천동 주상복합아파트 현장은 PF 문제와 직결된 사업장이다. 지하 3층~지상 20층 450가구 규모로 지어지며, 11월 말 기준 공정률은 48%다. 토목과 골조공사 등 4개 공정에 지역 3개 전문건설사가 협력사로 참여하고 있다. 전체 공사비(1천276억원) 중 하도급 계약금은 517억원이다. 이 중 대구경북업체의 하도급 계약분은 412억원으로 확인됐다. 아직 공사대금 미납과 관련해 접수된 민원은 없다. 후분양으로 진행돼 분양계약 분쟁도 아직 없다.
대구산업선(총사업비 1조5천511억원)은 서대구역~대구국가산업단지 36.4㎞를 연결하는 단선전철 신설 사업이다. 이 중 태영건설이 시공할 곳은 1공구(서대구역~성서공단역 10.8㎞)다. 태영건설은 지난 7월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으로 해당 건설공사를 수주했고, 현재 실시설계 작업 중이다. 성주현 대구시 철도시설과장은 "지금은 시설설계 단계다. 최종낙찰자는 내년 8월 결정된다"며 "정식 계약을 한 게 아니어서 공사를 시작한 것도, 대금이 지급된 것도 없다"고 했다. 이어 "최종낙찰자 결정에서 워크아웃은 부적격 사유가 아니다. 다만 회생이 제대로 안 돼 파산에 이른다면 대체 사업자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태영건설이 짓는 구미지역 대단지 아파트도 어수선하다. 구미시에 확인한 결과 태영건설은 도량동 꽃동산민간공원 일대에 '그랑포레 데시앙' 아파트를 건설 중이다. 3개 단지에 지하 3층~지상 40층, 21개 동, 2천643가구를 건설한다. 단지별로는 1단지 1천350가구, 2단지 1천32가구, 3단지 261가구다. 1단지 분양률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1단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 보증에 가입돼 당장 계약자들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3단지 1천293가구 건설은 순항을 장담할 수 없다. 2~3단지 공사와 함께 추진할 예정이던 주변 도로, 공원 조성 등 공공 인프라 조성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축구장 77개 규모(50만㎡)의 꽃동산 생태공원, 어린이도서관, 도량문화마당(물놀이장), 힐링가든 등 6개의 테마 공간조성도 순조롭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한다. 구미시 관계자는 "2~3단지 공사가 제대로 추진되지 않을 경우 전반적으로 인프라 조성 계획은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지역 종합건설사 폐업 급증
태영건설발(發) PF 부실 위기감이 커지면서 건설업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부동산 PF시장이 고금리 시대 이전에 단기간 너무 몸집을 부풀린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4조3천억원이다. 2020년엔 92조5천억원이었으나 2021년엔 112조9천억원 등으로 매년 빠르게 늘었다. DGB대구은행이 진행한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2조9천230억원(올 9월 말 기준)이다. 1년 전(2조4천266억원)보다 20% 이상 늘었다.
문제는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말 0.55% 수준이었던 PF연체율은 올 9월 말 기준 2.42%까지 치솟았다. 연체 잔액 기준으로는 3조원대에 달한다. 자연스레 문을 닫는 지역 건설사도 급증했다. 국토교통부의 건설산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1~12월) 대구지역 종합건설사의 폐업 신고건수(변경, 정정, 철회 포함)는 22건이다. 1년 전(4건)과 비교해 450%나 늘었다. 같은 기간 대구의 전문건설사 폐업 신고건은 87건으로, 지난해(56건)보다 55.3% 늘었다.
이지영·박용기기자

이지영

박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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