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센터 없어서…전국 구조된 야생동물 2만마리 중 대구에선 20마리뿐

  • 박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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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05  |  수정 2024-01-05 09:16  |  발행일 2024-01-05 제6면
환경부 '2023년 야생동물 구조 개체수' 대구에선 20마리뿐

대구시 자체 집계 수도 여전히 전국 시·도 중 최하

대구시 "적합한 부지 찾고 있는 중"

"너무 오랫동안 부지 핑계만 늘어놓는다" 지적도
구조센터 없어서…전국 구조된 야생동물 2만마리 중 대구에선 20마리뿐
대구 지역에서 발견되는 수달. <영남일보DB>

대구 도심을 관통하는 신천변에선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최근에는 3년 여 만에 달성습지에서 흑두루미가 목격되기도 했다. 대구시는 '친환경 도시'를 표방한다. 하지만, 전국 7대 특별·광역시 중 유일하게 대구에만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없다.

환경부가 집계한 '2023년 야생동물 구조 개체 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구조된 야생동물은 2만408마리다. 특별·광역시 가운데는 서울이 1천791마리로 가장 많고, 부산(1천698마리), 울산(892마리) 등의 순이었다. 대구는 고작 '20마리만 구조해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대구시가 자체적으로 집계한 야생동물 구조 현황도 498마리로 전국 최하위에 머물렀다.

전국 17개 시·도 중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없는 곳은 대구시와 세종시 뿐이다. 경기도는 2021년에 두 번째 야생동물 구조센터의 문을 열었다.

구조센터 없어서…전국 구조된 야생동물 2만마리 중 대구에선 20마리뿐
지난 달 대구 시지동물병원에서 멸종위기 2급 야생동물인 큰말똥가리가 치료를 받았다. <영남일보DB>

대구에는 멸종 위기 1급 야생동물인 수달이 60개체 이상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라니, 너구리, 족제비 등 포유류 6종을 비롯해 수리부엉이, 큰말똥가리 등 조류 17종도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구에서 야생동물이 발견되면 시가 지정한 민간 동물병원 6곳에서 구조·치료를 받는다. 야생동물을 체계적으로 구조·치료·보호하는 구조센터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려 동물 등을 주로 치료하는 민간 동물병원이 야생동물을 구조·치료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인접한 경북의 경우 다친 동물의 치료뿐만 아니라 자연 복귀를 위한 재활 훈련, 생태·질병 연구, 생물자원 보존 등을 경북야생동물구조센터(안동)가 맡고 있다.

대구시는 야생동물구조센터가 들어설 마땅한 부지가 없어 건립을 미루고 있다. 허종정 대구시 기후환경정책과장은 "현재 지역 6개 동물병원에서 야생동물 치료를 하고 있다. 재활이 필요한 경우엔 경북으로 이송해 재활 훈련을 진행한다"며 "야생동물구조센터 건립 부지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적합한 부지를 찾으면 예산 등을 마련해 건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대구는 낙동강·금호강, 팔공산·비슬산 등 강과 산이 많아 자연스럽게 야생동물도 많이 발견된다"며 "상당수 야생동물이 '로드킬' 사고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만큼, 하루빨리 야생동물구조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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