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목욕탕·수영장 등 '히트 쇼크(열실신)' 주의보

  •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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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3 18:43  |  수정 2024-01-24 08:40  |  발행일 2024-01-24 제6면
고령층·심혈관 기저질환자 입욕 시 주의
샤워나 체조로 급격한 온도차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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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장윤아기자

지난 21일 오후 경북 영덕 병곡면 한 사우나에서 40대 여성 A씨가 갑자기 쓰러지며 의식을 잃었다. 주변에서 목욕하던 주민이 구급대가 오기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으나 A씨는 깨어나지 못했고,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음날인 22일에는 대구 남구 한 초등학교 수영장의 '체온 유지풀'에서 80대 여성 B씨가 의식을 잃고 물에 떠 있는 것을 수영장 관계자가 발견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맥박과 호흡을 회복시킨 뒤 대학병원으로 옮겼으나 결국 숨졌다.

 

목욕탕에서 급격한 온도변화에 따른 '히트 쇼크(열 실신)'로 심장마비를 일으켜 의식을 잃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3년간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사우나 열 실신 사고를 살펴봤더니 모두 환절기와 겨울철인 11월에서 이듬해 3월 사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이 시기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022년 11월부터 현재까지 대구경북 목욕탕 및 수영장에서 발생한 히트 쇼크 의심 사고는 모두 8건으로 파악됐다. 올들어 벌써 두 건의 사고가 발생한 것 외에도 지난해 12월 경북 경산과 대구 수성구 황금동 목욕탕 온탕에서 각각 80대 남성과 60대 남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들 모두 겨우 목숨을 건졌으나 아찔한 순간이었다.


히트 쇼크는 급격한 체온 변화로 혈압이 급하강 또는 급상승하면서 머리로 가는 혈류가 부족해 의식을 잃는 증상이다. 온탕에 들어가면 아래쪽의 혈관이 이완되면서 혈류가 쏠리는데, 여기서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면서 의식을 잃을 수 있다. 온탕에서 갑자기 일어나면서 쓰러지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래쪽에 쏠린 혈류가 중력으로 인해 위쪽으로 원활하게 흐르지 못하는 것도 히트 쇼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노천탕은 온도 차가 더 심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노천탕이 만연한 일본에서 히트 쇼크가 많이 발생하자 한국영사관은 겨울철 우리 국민의 온천 욕탕 내 급사 원인으로 히트 쇼크를 지목하며 예방을 안내하고 있다. 김창호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히트 쇼크를 일으킨 사람을 늦게 발견하거나 넘어지면서 2차 외상을 받으면 치명적인 손상으로 이어진다"며 "기저질환을 갖고 있거나 고령의 어르신의 경우 입욕 시 보호자를 동반하는 것이 필수"라고 조언했다.


히트 쇼크를 예방하려면 온도 차이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탕에 들어가기 전 간단한 샤워나 스트레칭으로 체온을 높이는 게 좋다. 냉탕과 온탕을 반복해서 오가는 것은 좋지 않다. 입욕은 10~15분이 적당하고 너무 뜨거운 욕탕은 피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고지혈증 같은 혈관 질환이나 심뇌혈관 질환이 있는 기저질환자나 어르신들은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정태완 계명대동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온도 차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저질환으로 혈압을 조절하고 있는 사람은 히트 쇼크에 취약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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