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시인 정호승의 시 너머 삶의 기록

  • 최미애
  • |
  • 입력 2024-01-26 08:05  |  수정 2024-01-26 08:06  |  발행일 2024-01-26 제16면
자신의 시 68편과 그 시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 산문들 묶어
두 번째 '시가 있는 산문집' 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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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 <영남일보 DB>

등단 50년을 넘긴 정호승 시인의 시는 대중에게 친숙하다. 적지 않은 그의 작품이 초·중·고 교과서에 수록됐다. 80여 편의 시는 노래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는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슬픔이 택배로 왔다' 등의 시집을 펴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등 그의 산문집 역시 독자들에게 꾸준히 읽히고 있다.

정 시인의 시를 읽으며 그의 시가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했던 독자라면 반가워할 책이 나왔다. 산문집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는 2020년 발간된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에 이어 나온 정 시인의 두 번째 '시가 있는 산문집'이다. 그는 시와 산문은 따로 떨어질 수 없는 '한 몸'이라고 본다. 시든 산문이든 일상에서 길어 올린 한순간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같다는 것이다.

이번 산문집에는 정 시인이 직접 뽑은 시 68편과 시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산문 68편을 한데 엮었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 '슬픔이 기쁨에게'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등 그의 대표 시와 관련된 사연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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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지음/ 비채/572쪽/1만8천800원

산문집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고통'이다. 정 시인은 자신의 삶 속에서 사랑과 고통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청춘에 겪은 이별을 어떻게 승화하고, 1970년대 청년 시인으로 어떤 결의를 했는지. 산문집 제목인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도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사랑 없는 고통은 있어도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에서 가져온 것이다.

"인간은 오직 일등에게 관심을 갖지만 신은 자신을 견디고 극복한 사람에게만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중략) 나는 신이 관심을 갖는 인간이 되고 싶다. 신이 던진 돌멩이로 빵을 만들어 먹는 인간이 되고 싶다. 쓴맛을 맛보지 못한 사람은 설탕 맛을 모르므로 오늘의 쓴맛을 내일의 단맛으로 만들고 싶다."('쓴맛을 맛보지 못하면 단맛을 맛보지 못한다' 중)

시인임에도 그는 과거 시를 쓰는 것이 고통이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심지어 시에서 멀리 벗어나는 방법을 찾으며 몸부림쳤다고. 그랬던 정 시인은 이제 시 쓰기가 편해졌다고 말한다.

정 시인은 "고통스럽기만 하던 시 쓰기가 기쁨을 느낄 정도로 편안해진 것은 씨앗이 꽃과 잎을 틔우기 위해 기다리는 그 고통의 과정을 이해했기 때문"이라며 "나는 시를 통하여 인간의 고통과 비극을 진정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 인간의 가슴 속에 들어있는 시의 씨앗이 잎과 꽃을 피울 때까지 고요히 기다려 주는 것이 시인인 나의 소중한 책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이 쓴 시의 소재가 상당수 자연으로부터 왔다는 것에 대해서도 말한다. 시가 자연으로서 인간과 인간으로서의 자연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청년기 시부터 최근 시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어 이 산문집에는 정 시인의 삶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린 시절 그의 모습부터 군 복무 시절, 그리운 부모님의 모습, 그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 등 사진 20여 컷도 산문집에 실었다.

경남 하동 출신인 정호승 시인은 대구에서 성장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가톨릭문학상, 상화시인상, 공초문학상, 김우종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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