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병원, 심장 이식 수술 성공…"협진으로 이뤄낸 성과"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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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0 07:51  |  수정 2024-02-20 09:45  |  발행일 2024-02-20 제14면
최근 미국 의료계 선진적 방법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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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심훈보(왼쪽 첫째) 교수가 심장 이식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영남대병원 제공>

선진적 수술법으로 심장 이식의 새 지평을 열었다.

영남대병원(병원장 신경철)은 19일 "지난달 5일 확장성 심근병증을 앓던 60대 환자의 심장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 최근 환자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고 밝혔다. 병원에 따르면 확장성 심근병증은 초기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심부전으로 진행돼 호흡곤란, 쇠약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 밝혀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장 기능 저하 정도에 따라 예후가 변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영남대병원에서 심장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는 약물치료를 받던 중 집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됐다. 영남대병원은 1999년 대구·경북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을 시행한 이후 신장, 간 등 여러 장기에 대한 다양한 이식 수술을 시행한 숙련된 경험을 토대로 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직후부터 이식수술을 마치는 순간까지 모든 절차에서 진료과의 유기적인 협진 체계를 펼쳤다.

우선, 심정지 상태로 영남대병원 응급의학과에서 심폐소생술을 받던 환자를 살리고자 심장혈관흉부외과에서 신속히 에크모를 삽입했다. 이러한 치료에도 심장의 정상 율동이 돌아오지 않아 지체 없이 심장내과에서 심방중격결손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좌심방에서 혈액을 빼 에크모에 연결하는 시술을 시행했다. 에크모는 신체 내 혈액을 기계로 빼내 산소를 공급해 다시 환자 신체로 주입하는 장치로 심장 기능을 일시적으로 대신해 주는 기계를 일컫는다. 심기능이 회복되기 어렵다고 예측한 의료진은 장기이식센터의 이식 시스템을 통해 빠르게 심장 이식 대기자로 등록했다. 이식 후 예후를 좋게 하고자 에크모 상태에서 공여 장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환자가 기계 호흡에 의존하게 하지 않고, 기계를 삽입한 다음 날 바로 발관해 정상 생활을 이어가도록 유도했다.

이식 수술에는 최근 미국 의료계에서 주로 시행하고 있는 선진적인 방법이 적용됐다. 일반적으로 시행되는 심장 이식 수술 방식에서는 심장이 뛰기 전 혈관을 다 연결한 후 심장을 재관류하게 한다. 그러나 이번 수술을 집도한 심장혈관흉부외과 심훈보 교수는 좌심방과 대동맥을 먼저 연결한 후 심장이 뛰는 상태에서 나머지 혈관을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공여자 심장에 재관류를 앞당겨 허혈 시간을 단축해 수술 후 회복되는 데 도움 준다. 수술을 마친 후 중환자실에서도 일반적으로 이식환자는 감염 때문에 격리된 상태에서 컨디션 관리를 목적으로 절대적 안정만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남대병원에서는 환자의 빠른 일상생활 복귀를 위해 일반 병실과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환자가 혼자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현재 환자는 이식 수술 후 첫 번째 조직검사와 퇴원 후 시행한 두 번째 조직검사에서도 면역거부반응 없이 좋은 경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영남대병원 심장재활센터에서 정기적인 심장 재활 치료를 받고, 감염·심장내과 외래 진료를 통해 새로운 심장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심장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끈 심 교수는 "심장이식 전까지 환자의 컨디션을 향상해 이식수술 후 경과를 좋게 만드는 것을 가교 치료라 한다"며 "이번 수술은 이러한 가교 치료가 잘 적용된 사례"라고 소감을 밝혔다. 심장내과 최강운 교수는 "이식 수술은 진료과 간 협조와 의료진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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