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고위험 임신, 태교만큼 중요한 건강 관리…고위험 임신, 미리 예방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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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0 07:51  |  수정 2024-02-20 07:52  |  발행일 2024-02-20 제14면
고령 임신 10년 사이 2배 늘어…저체중 출생아도 증가 추세
갑작스러운 두통·심한 부종 등 임신성 고혈압 악화 증상
임신 계획 3개월 전 엽산 복용 도움·표준 체중 유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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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고위험 임신 중에서도 산부인과 의사가 걱정하는 질환 중 하나는 태반 조기 박리다. 수년 전 심한 태반 조기 박리로 병원을 찾았던 A 산모. 임신성 고혈압 진단을 받은 그는 평소에는 혈압이 높지 않은 상태로 잘 유지했다. 그러던 중 하루는 배 통증을 호소했다. 일단 체한 것으로 생각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다 점점 복통이 심해지고 출혈까지 동반해 응급실로 급히 이송됐다. 의료진은 태반 조리 박리로 진단하고, 급히 응급 제왕절개술을 시행했다. 하지만 34주 이전 조기 출산이었다. 그래서 아기 생태도 좋지 못했고, 산모는 심한 태반 조리 박리 후유증인 혈액 응고 장애로 대량 수혈을 받았다. 이후 산모는 다행히 회복됐다. 수년 뒤 임신 때도 병원에서 꼼꼼하게 산전 진료를 받은 뒤, 만삭에 제왕절개술로 건강한 아이를 분만할 수 있었다.

◆고위험 임신

고위험 임산부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고령 임신이다. 흔히 고령 임신은 만 35세 이상 여성의 임신을 말한다. 만 35세 이상이 되면 임신했을 때 여러 가지 합병증이 더 흔히 발생하게 된다. 합병증은 △19세 이하, 잦은 유산, 기형아, 조산, 사산아 등 출산 경험 △유전질환, 당뇨병, 고혈압, 자가면역 질환 등 질환 △다태아 임신 등이다. 일반 임산부는 34주 이하 때 갑작스러운 진통 혹은 양수가 터지거나 태반 분리 등이 발생하면 응급상황에 놓인 고위험 임산부라 할 수 있다. 만 35세 이상 임산부 비중이 2011년 18.0%에서 2021년 35.0%로 10년 사이에 거의 2배가 늘었다. 또 임신주수를 충분히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조산아도 2011년 6.0%에서 2021년 9.2%로 늘었다. 저체중 출생아의 비율 역시 증가 추세다. 임신성 당뇨의 경우 고령 임신에서 약 2배 정도 거대아 출산과 그로 인한 난산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고혈압도 젊은 여성보다 2~4배 많다. 특히 유산, 사산, 선천성 기형이 40세 이상 고령 산모에서 증가한다는 보고가 많다. 이는 산모 나이가 증가할수록 모체의 노화로 인해 난자의 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생겨 다운증후군과 같은 염색체 이상아를 출산하는 경우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유연하지 못한 산도가 난산 증가의 한 원인이 되고, 이로 인해 제왕절개를 시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위험 임신 질환 원인

고혈압, 당뇨, 자가 면역 질환 등 기저 질환에 그 원인이 있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그 원인을 밝히기 힘든 때도 많다. 그래서 조기 발견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질환에 따라 증상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잦은 배 뭉침, 복통, 질 출혈 혹은 물처럼 흐르는 질 분비물, 태동 감소가 있겠다. 갑작스러운 두통이나 심한 부종, 메스꺼움 등이 임신성 고혈압의 악화 증상일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있거나 혹은 고위험 임산부라고 생각되면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게 된다. 대표적으로 초음파 검사다. 이 검사를 통해 태아와 태반, 양수 등의 상태를 살필 수 있다. 또 자궁수축·질경 검사 등으로 조기 진통, 조기 양막 파수 등에 대한 여부를 알 수 있다. 이 밖에 기본적인 생체 징후 측정, 혈액·소변 검사를 진행해 임신 합병증을 진단한다. 치료는 질환마다 다르다. 조기 진통이나 조기 양막파수의 경우 입원해서 조기 진통 억제제를 투여한다든지 필요할 경우 항생제, 폐성숙 주사를 투여할 수도 있다. 임신성 고혈압은 산모와 태아 상태를 꼼꼼하게 관찰해 분만 시점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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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배진영 교수

◆임신 전·후 예방 및 관리 방법

임신 전 건강 관리가 아주 중요하다. 기저 질환이 있다면 최대한 잘 관리된 상태에서 임신하는 것이 임산부와 태아 건강에 좋다. 임신 후에는 정기적인 검사와 진찰을 받아야 한다. 이상 증상이 발생했다면 이른 시기에 병원을 방문해서 진찰을 받는 게 좋다. 임신을 계획 중이라면 최소 3개월 전부터 엽산 400㎍ 이상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 B의 일종인 엽산은 태아 뇌 발달을 돕고 신경관 결손을 예방하는데 식품을 통해 충분히 섭취되지 않아 영양제로 복용해야 한다. 특히 당뇨가 있거나 항경련제 등의 복용으로 태아 신경관 결손 위험도가 높은 고위험 산모들은 기본 용량 10배인 4㎎을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건강한 임신 준비를 위해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건 체중 관리다. 저·과체중 모두 임신 합병증과 연관이 있는 만큼 표준 체중을 유지하도록 하고, 임신 중 적절한 체중 증가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흡연은 산모도, 남편도 절대금물이다. 흡연하는 남성들은 기본적으로 정자의 운동 상태가 좋지 않고, 흡연하는 산모들에게는 태반 조기 박리, 임신중독증과 같은 심각한 문제가 동반될 수 있다.

고위험 임신이라고 통틀어 이야기하기는 하지만 산모와 태아 상태에 따라 권장되는 생활 양식이나 주의해야 할 부분은 모두 다르다. 이로 인해(임신성 고혈압 산모에게는 안정을 권유하지만, 임신성 당뇨 산모에게는 운동을 권장하는 등) 산전 진료를 규칙적으로 받고 주치의 권고를 적극 따라야 한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산부인과 배진영 교수는 "평소 건강 관리를 잘한 경우에는 임신 시에도 젊은 임산부와 큰 차이 없이 건강하게 출산할 수 있다"면서도 "만약 평소 건강 관리를 소홀하게 했다면 전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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