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일상 속의 설치미술

  • 원선금 시각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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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0 08:00  |  수정 2024-02-20 08:01  |  발행일 2024-02-20 제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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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선금 (시각예술가)

설치미술을 하는 입장에서 그 과정들을 말하려 한다. 특히 설치미술은 '전시 장소'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벽에 거는 작품과 달리 공간 전체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계산해 작품을 설치하기 때문에 최종 디스플레이가 끝나야 비로소 완성할 수 있다. 미리 작업실에서 시뮬레이션 하고 작품을 설치하러 갔지만, 원하는 이미지가 나오지 않으면 다시 그 자리에서 수정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지체되고 전시설치에 동원된 인력은 당일만 계약돼 있으니 마음은 초조해진다. 그나마 실내 설치의 경우는 조금은 나은 편이다. 야외전시에는 다양한 변수들이 있다.

어느 날 '공공미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을 무렵, 야외공원에서 하는 전시의뢰가 들어왔고 도전했다. 특히, 설치미술에서는 작품의 크기와 무게에 따라 운송과 설치인력에 사용되는 비용은 배가 되며, 보이는 작품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비용들이 설치작품의 가격에도 영향을 준다. '운송'과 '작품 설치' 하는 것 또한 설치작품을 만드는 과정의 한 부분이다. 작품의 스케일이 커질수록 그만큼 비용은 들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작품, 프로젝트를 위해 여러 분야가 미술과 함께하며 관람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예술적 공감을 얻고자 하는 마음으로 준비를 한다.

그렇게 2021년 12월 대구 북구의 한 아트센터 야외공원 가로수 길 공중에 작품을 설치하게 되었다. 실내에서 주로 전시를 했기에 같은 작품이어도 야외에 설치할 수 있도록 다시 바꿔야 했다. '공중설치'이다 보니 사전에 계획도를 만들어 무게를 버틸 수 있는지 파악하고, 최악의 기상상태를 대비해야 했다. 겨울바람에 버틸 수 있도록 와이어 줄로 일일이 교체를 하고 전기가 비바람에 누전이 되지 않도록 설비도 바꿔야 했다. 마치 승패를 알 수 없는 경기에 입장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최종적으로 작품의 설치가 마무리되고, 전주에서 끌어온 전기로 밤을 밝히는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런데 얼마 전 단골 카페에 재활용할 컵을 받으러 갔을 때 사장님은 단골손님에게 "그때 가로수 길에 작품 설치한 작가"라고 나를 소개해 주셨다. "전시를 잘 봤다"는 말에 그동안의 수고와 바람이 전달된 것 같아 감사하고 기쁜 순간이었다. 일상 속 설치 작품을 보게 된다면 그 순간이 전시장이 될 수 있다. 설치미술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원선금<시각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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