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동구 도동 산 180번지 향산에 있는 천연기념물 측백나무숲. |
조선시대 초기 대문신이었던 사가 서거정 선생은 대구의 10개 아름다운 경치인 10경(景)으로 삼았으며 '북벽향림(北壁香林)'이라는 시를 읊었을 정도로 그 절경에 매료됐다. 그러나 2021년 문화재청에서 국가 등록 문화재 지정번호 삭제를 함에 따라 제1호 명칭은 사라졌다. 국보·보물·천연기념물 중 유일하게 지방에 있는 1호가 사라짐에 따라 대구시민은 많이 아쉬워했다.
천연기념물이 있는 도동 향산에는 동굴이 4개나 있다. 삼일절 105주년을 앞두고 문화관광해설사인 김지훈씨와 일제강점기 동굴을 파낼 때 참여했던 유일한 생존자 송문창(93·불로동) 어르신을 찾았다. 어르신은 연로했지만 정정했다.
향산 측백나무숲에는 일본군이 일제시대에 뚫은 동굴이 아직도 남아 있다. |
"정을 가지고 암석을 일부 파낸 후 그곳에 일본인들이 남포(다이너마이트)를 뭉친 남포 떡을 넣어 터트려 암석이 부서지면 인근 동별로 2명씩 동원된 조선사람들이 지게를 지고 들어가서 소쿠리에 돌을 담아 져냈다. 그 당시 동원된 조선사람을 보국대라고 불렀는데 3일이나 5일씩 돌아가며 불려 나갔다. 일본 군인들은 칼을 차고 교대로 돌아가며 감시했다. 딱딱한 조밥에 왜 간장 한 숟가락 부은 것을 먹고 온종일 막노동을 했다. 동굴은 안에서 서로 연결되도록 계획됐으나 동굴을 파던 중 해방되는 바람에 중단됐다."
일본군이 측백나무숲에 동굴을 뚫기 위해 결성한 보국대에 동원된 송문창 어르신이 당시 상황을 증언하고 있다 |
당시에 측백나무숲이 명승고적지로 유명한 것을 일본인들이 몰랐는지 물었다. 그는 "대구에 사는 일본인들은 다 알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뼈 아프고 눈물 나는 일이다. 우리 명산에 일본인 목숨 살리려고 동굴을 뚫었으니…"라며 안타까워했다.
향산 측백나무숲에는 일본군이 일제시대에 뚫은 동굴이 아직도 남아 있다. |
측백나무숲을 해설하는 대구 문화관광해설사 김지훈씨는 "4개의 동굴 중 2개는 내부에서 붕괴했고 2개는 그대로 있다. 그중 하나는 길이 50m, 폭과 높이가 각 2m10㎝씩이고 나머지 하나는 길이 30m에 폭과 높이가 각 1m80㎝다"라며 "이런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인데 천연기념물로는 보존되지만 '1호'라는 명칭이 사라져 아쉽다"고 밝혔다.
글·사진=박태칠 시민기자 palgongsan72@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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