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년 전 대구 명판관 기리는 '이서공 향사' 열려

  • 서용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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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2-28 08:29  |  수정 2024-02-28 08:28  |  발행일 2024-02-28 제24면
대구 상동교 옆 이서공원서
'판관 이서공 격양가' 공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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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공 향사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이공제비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유세차…부계 선생 판관 이공 앞에 엎드려 생각합니다. 매번 홍수를 당해 잠기고 넘치는 것을 걱정하시어 둑을 쌓기 시작한 지 오래지 않아 일을 마치셨습니다. 베푸신 은택이 깊고 넓어 대구부민들이 그 공덕을 공경해 돌에 새기고 비각을 세웠으니…상향."

지난 23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상동교 옆 이서공원에서 '2024 이서공 향사'가 열렸다. 이서공 향사는 조선 후기 정조 때 대구 판관을 지낸 이서의 공을 기리는 제사다. 이서는 지금으로부터 246년 전인 1778년 대구 신천에 제방을 쌓아 수해로부터 대구 시가지를 지켜낸 명판관이다.

당시 대구부민들은 이서가 쌓은 제방을 중국 송나라 소식이 축조한 '소공제'에 빗대 '이공제(李公제)'라 부르고, 이서의 공을 칭송하는 3기의 '이공제비'를 세웠다. 1778년 처음 세운 비는 사라졌고 지금은 1797년, 1808년에 세운 2기만 남아 있다. 이서공 향사의 정확한 내력은 알 수 없다. 이공제비각이 방천시장 제방 위에 있었던 1990년대까지는 방천시장 상인들에 의해 정월대보름날 행해졌다. 2000년 9월 비각이 현 위치로 옮겨진 이후부터는 수성문화원에서 주관하고 있다.

이날 향사는 한국전통국악원의 길놀이 공연 '쾌지나 칭칭 나네' '판관 이서공 격양가'로 시작됐다. 격양가는 판관 이서의 공으로 수해를 막고 태평성대를 맞은 대구부민의 즐거움을 담은 노래다. 이공제비각 앞에서 열린 향사는 전폐례, 초헌례, 아헌례, 종헌례, 분헌례 순으로 이어졌다. 분헌례는 비각 내에 이공제비와 함께 있는 또 다른 비의 주인공인 대구군수 이범선에게 술을 올리는 절차다. 이범선은 이서로부터 약 100년 뒤 대구 군수로 부임한 인물이다. 역시 신천 제방을 보수한 공으로 공덕비가 세워졌다.

비각 안 3기의 비 중 가운데 있는 1808년 이공제비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이 비는 한동안 사라졌다가 1987년 신천대로 공사 때 땅속에서 발견됐다. 또한 비 앞면에 새겨진 '李公제' 세 글자가 당시 12세 이학철(李鶴喆)이라는 어린이가 썼다는 점이다. 이 사실은 비 뒷면에 새겨진 '前面大字十二歲李鶴喆書(전면대자12세이학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번 향사를 주관한 반용석 수성문화원장은 "이서공 향사는 달집태우기처럼 큰 행사는 아니다. 하지만 지역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에 잘 부합하는 미풍양속이다. 앞으로도 전통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송은석 시민기자 3169179@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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