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깡통전세 사건' 임대인 불법 건축물 의혹

  • 박영민
  • |
  • 입력 2024-03-07 07:54  |  수정 2024-03-07 07:58  |  발행일 2024-03-07 제9면
피해자 입주 대구남구 원룸
근린생활시설 용도 건축 후
주거용으로 무단 변경한 듯
공공매수 통한 구제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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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2시쯤 방문한 대구 남구에 있는 A씨 소유의 원룸 건물 2층은 건축물대장에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표기돼 있지만, 부엌이 설치돼 있는 등 주거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 해당 건물은 전세 보증금 미반환 피해자가 6명에 달한다.
청년 임차인 수십 명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집주인(영남일보 2월 27일 자 8면 보도)이 소유한 다가구주택 중 일부가 불법 건축물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건물은 보증금 미반환 피해자가 가장 많은 곳이어서 피해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6일 방문한 대구 남구 대명동에 있는 집주인 A씨 소유의 한 원룸 건물 2층은 방 3개짜리 호실이 2개 있었다. 이 중 한 곳에는 전세 계약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보증금 1억5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B(35)씨가 살고 있다. 그러나 B씨가 살고 있는 2층은 건축물대장에 '제2종 근린생활시설(사무소)'로 표기돼 있다. 근린생활시설은 마트·미용실 등 주택가와 인접해 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도울 수 있는 시설이다. B씨는 "2020년에 입주할 때 부동산과 집주인에게서 불법 건축물과 관련한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 그러다 7개월쯤 지나 집주인에게서 구청 직원이 오면 문을 열어주지 말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 일을 이상하게 여기고 부동산에서 건축물대장을 확인해 보니 주택이 아니라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지어진 건축물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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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가 부동산으로부터 받은 건축물대장. 2층의 용도로 '제2종근린생활시설'이라 표기돼 있다.
이어 "다가구주택 전세 계약을 맺었으니,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지어진 2층을 주거 용도로 무단 변경한 게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남구 관계자는 "불법 건축물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불법 건축물로 확정되면 1개월 내 집주인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불법 건축물로 지정되면 공공의 매수를 통한 전세 사기 피해 지원에선 제외돼 피해자들이 구제받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시행된 전세 사기 피해지원 특별법과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불법 건축물이거나 우선매수권 양도와 관련해 전세 사기 피해 세입자 전원의 동의를 얻지 못한 다가구 주택 등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정태운 대구전세사기대책위원장은 "후순위 임차인들은 경매가 되더라도 최우선 변제금을 못 받는다. 이런 경우 공공에서 건물을 매입해서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지만, 불법 건축물의 경우 그 가능성도 사라진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일시적 양성화'를 통해 불법 건축물을 조사하고, 용도 변경을 유도해야 한다. 또 장기적으로는 선구제 후회수, 소액임차인 범위 확대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해 후순위 임차인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불법 건축물과 관련해 취재진이 임대인 A씨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B씨가 계약한 당시 부동산 업체는 현재 폐업한 상태다.

글·사진=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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