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가 전공의와 학생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정부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힌 12일 오후 대구 한 의과대학 교수실에 불이 켜져 있다.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
앞으로 신규 의료기관의 의사 인력 확보 기준을 심의할 때 전공의는 전문의 2분의 1 수준으로 인정한다. 전공의 대신 전문의 고용을 유도해 '전문의 중심병원'을 만들기 위한 조치다.
12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이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을 신속 추진기로 했다.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은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4대 의료개혁과제 중 하나다. 정부는 전문의 배치기준을 강화해 병원의 전문의 고용 확대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상급종합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약 40%로, 미국·일본 등 주요국 전공의 비율(약 10%)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을 설립할 때 전공의를 전문의 50%로 산정해 전문의를 더 많이 고용하도록 한다. '의사 인력 확보 기준' 준수 여부를 판단할 때 전공의 1명을 0.5명으로 따진다는 얘기다. 정부는 또 2025년 국립대병원과 지역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 지원사업'도 진행한다. 전문의 고용을 확대해 전공의에게 위임하는 업무를 줄이며, 인력 간 업무분담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이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입원전담 전문의 제도를 개선하고,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확대해 전문의 중심 인력 운영을 뒷받침 하겠다"며 "전문의 중심 병원 운영에 필요한 수가(酬價)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음 주 전문의 중심 병원 등에 관한 토론회를 연다. 박 차관은 "수가나 기타 인력 기준이 주요 골격이 될텐데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더 들을 것"이라며 "환자들 중증도에 맞게 진료하는 의료전달체계 개편도 함께 이뤄져야 (전문의 중심 병원이) 온전하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지역에서는 보건복지부 지정 관절·수지접합 전문의료기관인 W병원이 선제적으로 전문의 중심 병원의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12일 기준으로 W병원에는 전공의 1명 없이, 전문의만 39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는 대구경북은 물론 전국 최다 규모다. 진료과도 수부외과, 정형외과, 성형외과 등 다양해 연계 진료가 가능하다. 특히 중환자 의학 전문의사로서 임상의학적 자질과 능력의 탁월성을 인정받은 수부외과 세부전문의는 12명(정형외과 전문의 7명, 성형외과 전문의 5명)에 이른다. 전국에선 280여 명뿐이고, 단일 병원에선 W병원이 제일 많다.
정부가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을 메우고자 투입한 군의관, 공중보건의(공보의)는 이날까지 병원 근무에 필요한 교육을 마친 뒤 13일부터 각 병원장의 책임하에 근무에 들어간다. 정부는 군의관과 공보의가 빠르게 적응하도록 최대한 각자 수련받은 병원에 파견했다.
박 차관은 "지역에 있던 공보의를 빼면 당연히 그쪽에서는 전력이 약화할 것"이라며 "지역에서는 주기적으로 (보건소를) 찾아와서 약을 타실 텐데, 부족한 의료 인력에 대해서는 순환 진료, 의료 자원 연계 등을 통해 만성기 질환 대응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행동 이전인 2월 1∼7일의 평균과 비교했을 때 상급종합병원 입원환자 감소 폭은 이달 4일 기준 40.7%였으나, 11일 기준으로는 37.7%다. 상급종합병원 수술은 지난달 15일 대비 이달 11일 약 52.9% 줄었다. 응급실 408곳 가운데 398곳은 병상 축소 없이 운영 중이다. 상급종합병원 진료 감소분의 일부는 종합병원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공의가 없는 종합병원의 입원 환자는 집단행동 이전보다 9% 늘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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