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손흥민의 리더십을 배워야 할 이들

  •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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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18 06:59  |  수정 2024-03-18 07:00  |  발행일 2024-03-18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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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논설위원

마음이 쓰였었다. 이강인의 '하극상' 이후 손흥민이 몇 날 며칠 침묵한 걸 두고서다. 만감이 교차했으리라. 그도 사람인지라 괘씸한 마음이 들었을 게다. '내가 이러려고 주장을 했나'라는 자괴감도 없지 않았을 테고. 이 일로 온 나라가 들끓자 이강인은 손흥민을 찾아가 사과했다. 이강인의 사과는 마땅한 것이고, 정작 축구팬들에게 감동을 준 것은 손흥민의 사과였다. "내 행동도 충분히 질타받을 수 있는 행동이었다." "앞으로 더 지혜롭게 팀원들을 통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새까만 후배가 잘못을 깨달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 준 배려심, 자기 잘못도 없지 않다는 겸손함. 손흥민표(標) 리더십의 전형(典型)이다.

손흥민의 리더십은 소속팀 토트넘에서도 한눈에 확인된다. 그는 결코 자신을 먼저 내세우지 않는다. 경기 최우수 선수에 오른 뒤엔 항상 동료에게 공을 돌린다. 부진하던 동료가 골을 넣으면 자기가 넣은 것보다 더 기뻐한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엔 벤치 멤버까지 일일이 보듬어 주는 세심함도 잊지 않는다. 이 모두가 '나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마인드다.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은 두말할 나위 없다. 위기 상황에서 팀을 구해내는 '클러치 플레이'는 손흥민표 리더십의 화룡점정이다. 이런 손흥민을 두고 현지 언론은 "뛰어난 공감 능력의 소유자"라며 "토트넘을 원팀으로 만드는 비결"이라고 했다. 그가 축구 선수로서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도 칭송받는 이유다.

근데 얼마 전 선거판에 뜬금없이 '손흥민'이 소환됐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이 이재명 대표를 손흥민에 비유한 것.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으로 계승됐다. 축구로 치면 차범근-황선홍-박지성-손흥민이다." 이 대표의 리더십을 손흥민과 동급으로 본다고? 정 최고위원, 말씀 잘하셨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그 누구보다도 리더십 논란을 일으킨 이가 누구인가. 다름 아닌 이 대표다. 민주당 공천 갈등이 '이재명 사당(私黨)'을 위한 예정된 수순임은 삼척동자도 안다.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이를 추려낸 듯한 보복성 컷오프, 이 대표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내편, 네편'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당의 건승은 언감생심이다. 이 대표의 손바닥 뒤집듯 말 바꾸는 행태도 리더십 부재의 한 단면이다. "이재명=손흥민"은 염치없는 언사(言辭)다. 비유할 사람을 비유해야지.

리더십을 논한 김에 하나 더. 홍원화 경북대 총장의 총선 비례대표 신청 논란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문제가 불거지자 신청을 철회하고 총장직 임기 단축의 뜻도 나타냈지만 경북대 총장으로서의 리더십은 이미 산산조각 났다. 추락하는 경북대를 되살리려 동분서주해도 모자랄 판에 부적절한 처신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그에게 더 이상 기대할 바는 없다. 4년 전 홍 총장은 취임식에서 "학생들이 '찾아오고 싶은' 경북대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해마다 자퇴생이 줄을 잇고 있다. '학교는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신뢰를 심어 주지 못한 탓이리라. 결과적으로 그에게 경북대는 '수험생이 오고 싶으면 오든지' 정도의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마음은 콩밭(국회의원)에 있었고, 총장직은 그 발판에 불과했다. 남세스럽기 짝이 없다. 학교 구성원은 물론, 믿고 자녀를 맡긴 학부모에게도 엎드려 사과해야 할 일이다. 대한민국 제1 야당 대표와 경북대 총장은 손흥민의 리더십을 되새겨 보길 바란다.

이창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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