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북극을 꿈꾸다…우리가 알지 못했던 '미지의 땅' 북극

  • 최미애
  • |
  • 입력 2024-03-22 08:10  |  수정 2024-03-22 08:11  |  발행일 2024-03-22 제17면
저자 오랜 연구·현장 경험 바탕
척박한 불모의 대륙 편견 벗기고
북극의 진짜 속살 새롭게 소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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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을 꿈꾸다'는 북극이 가진 고유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으로, 북극의 진면모를 드러내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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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로페즈 지음/신해경 옮김/북하우스/656쪽/2만3천원

북극 하면 가장 먼저 거대한 얼음이 떠오른다. 하지만 그 얼음이 북극의 전부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 책에선 '삭막한 불모의 땅' 또는 빠르게 녹아내리는 빙하로 대표되는 '기후 위기의 상징' 등의 이미지로 굳어진 북극의 진짜 모습을 만나본다. '우리 시대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는 수식어가 붙는 배리 로페즈는 이 책에서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북극 고유의 특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선 우리에게 익숙한 북극성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평화와 풍요가 가득한 땅으로 그려지는 그리스 신화 속 북극을 이 장에서 만날 수 있다. 호전적인 북방 부족의 영향으로 '얼어붙은 산맥과 광폭한 바람의 땅, 악이 자라나는 황무지'로 북극을 묘사한 유럽 북구 신화도 소개한다.

2·3·4장에선 북극을 터전으로 삼고 있는 동물들을 만나본다. 2장에선 북아메리카 빙하기에 살아남은 몇 안 되는 대형동물 중 하나인 사향소가 어떤 과정을 거쳐 툰드라에 홀로, 여유 있게 살아남아 적응했는지 살펴본다. 3장은 북극곰의 생물학적 특성, 진화 과정, 북극으로 이동한 시기, 서식지를 만드는 법과 털의 역할 등을 소개한다. 북극곰의 추위를 견딜 수 있게끔 고안한 생리 작용과 복잡한 행동 양태, 먹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이동하는 고독과 끈기, 놀라운 이동 방법 등을 설명한다. 4장에선 우리와 다른 감각의 위계 구조와 체계에 따라 세상을 이해하는 일각고래에 대해 이야기한다.

5장은 북극 동물의 대이동에 관한 이야기다. 이 장의 시작은 25만 마리의 흰 기러기가 날아오르는 모습과 소리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6장은 북극을 상징하는 얼음과 빛에 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북극에서 발견한 것이 "시간을 초월한 듯 빛에 가득 찬 숭고한 순수성과 침해받지 않는 대지 본래의 아름다움"이라고 적기도 했다. 이 장에선 그 표현과 가장 잘 어울리는 북극의 빛과 얼음의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7장은 에스키모인이 가진 땅과의 유대에 대해 다룬다. 그들은 온 감각을 집중해 땅을 관찰하고 이로부터 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땅을 감싸는 마음이 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는 이들을 통해 땅의 개념이 문화권마다 다름을 알게 된다.

8장은 중세 아이슬란드 문학부터 19세기 초 영국 북극 탐험까지의 북극 항해 기록을 살펴본다. 여기에선 고난을 초월한 욕망이 느껴지는 탐험가들을 만날 수 있다. 9장에선 8장에 이어 북극을 탐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살펴본다. 석유와 광석 채취를 목적으로 북극에 온 사람들, 북극을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다룬다. 19세기 이후 북극 탐험 이야기는 목숨을 건 항해, 굶주린 사람을 먹이기 위한 절박한 노력 등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극적인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북극에 대한 존중이 느껴지지 않는, 오늘날 북극을 찾는 이들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잠자코 툰드라를 걸어보자고. 키 작은 자작나무와 버드나무 잎새를 흔드는 바람을 지켜보자고. 수술용 메스처럼 날카로운 에스키모의 흑요석 연장을 손가락으로 툭 건드린다고 상상해보자고." 저자는 북극을 우리가 모두 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감각을 동원해 북극 자체를 온몸으로 느끼고, 상상력과 함께 북극을 바라보자고 제안한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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