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수류화개, 찰칵 대신 쫑긋…꽃·나무에 귀 기울여 보세요

  •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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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5 08:08  |  수정 2024-04-05 08:13  |  발행일 2024-04-05 제17면
인증사진 담기 바쁜 세태 뒤로하고
전국 누비며 '얽힌 이야기' 들려줘
초목의 다양한 생태학 정보도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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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 화엄사의 각황전 옆 홍매. 1702년 지금의 각황전 건립 때 심었다. 〈영남일보 DB〉

봄을 맞아 일명 '벚꽃 명당'을 찾는 이들이 많다. 벚꽃길을 찾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벚꽃을 배경으로 '인증사진'을 남기기 좋은 카페를 찾아가기도 한다. 이런 곳을 가보면 꽃보다 사람이 더 많을 정도다.

꽃을 사진에 담는 것도 좋지만,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면 어떨까. 30여 년 동안 문화부 전문기자로 일하며 우리 예술과 전통문화와 관련된 글을 써온 저자가 쓴 책 '수류화개(水流花開)'는 전국 산하를 누비며 아름다운 꽃과 나무를 직접 찾아가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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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규지음/수류책방/320쪽/1만6천800원

책 제목 '수류화개'는 '사람 없는 텅 빈 산에 물 흐르고 꽃이 피네'라는 뜻으로, 당나라 문인 소식이 부처님 제자를 칭송한 시 '십팔대아라한송'에 처음으로 썼다. 고금으로 전해지며 많은 이들이 애호한 글귀로, 추사 김정희는 이를 서예 작품으로 남겼고 화가 김홍도와 최북은 이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화제(畵題)로 남기기도 했다. 이 글귀를 자주 사용한 법정 스님은 자신의 거처에 '수류화개실'이라는 당호를 달아놓았다.

저자도 이 글귀를 특별히 좋아했다. 그는 물 흐르고 꽃이 피는 자연을 가까이해야만 물질문명에 휩쓸리지 않고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선 2022년 초부터 1년 동안 저자가 전국을 누비며 만난 꽃과 나무들을 소개한다. 그는 계절마다 각자 아름다움과 멋을 뽐내는 꽃과 나무가 보여주는 풍광과 감흥을 책에 담았다.

저자는 매화, 진달래, 해당화, 연꽃, 이팝나무, 배롱나무, 은행나무, 자작나무 등이 아름다운 풍광을 만들어내는 곳들을 찾아갔다. 사람의 혼을 빼앗을 듯 불타오르는 천주산 진달래 군락지부터 땅 위에서 노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듯한 반계리 은행나무까지.

책에선 이를 바탕으로 꽃과 나무를 소개하며 이들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도 함께 전한다. 책에서 가장 처음 소개하는 꽃은 해마다 이른 봄이면 찾아오는 매화다.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고매(古梅)는 전국 곳곳에 있다.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는 고매는 특히 산사에서 주로 만날 수 있다. 구례 화엄사 각황전 앞 홍매, 순천 선암사 고매(선암매), 양산 통도사 홍매(자장매), 장성 백양사 홍매(고불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화엄사 각황전 앞 홍매 앞에는 많은 매화 애호가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나무 모양도 멋지지만, 오래된 목조 건물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퇴계 이황도 매화를 지독히도 좋아해 107수에 이르는 매화시를 남겼다. 그는 운명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매화분에 물을 주도록 하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매화가 한창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거닐며 감상을 했는데, 이런 자신의 모습을 시에 담기도 했다.

책에선 꽃과 나무를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초목에 대한 다양한 생태학 정보와 옛이야기를 전한다. 올곧은 자태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대나무는 실제로는 나무 종류가 아니라 풀의 일종이다. 이는 식물 중 나무로 분류되는 데는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나무로 분류되는 식물들은 단단한 목질이 있고, 부피 생장을 해야 한다. 그런데 대나무는 가운데가 비어 있고, 위로는 자라도 옆으로는 거의 자라지 않는다. 풀과 나무의 경계선에 선 식물인 셈이다.

이 책의 장 사이와 마지막에는 '돌아보기'를 배치했다. 여기선 백두산 호랑이가 돌아다니는 봉화 백두대간 수목원과 우리 민족 최고의 명산으로 꼽히는 초여름 금강산의 아름다운 풍광도 만날 수 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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