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부터 105세까지 소중한 한 표…나이 불문 민주주의 축제

  •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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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11 08:02  |  수정 2024-04-11 08:50  |  발행일 2024-04-11 제11면
대구경북지역 투·개표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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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0일 대구 달서구 개표소인 계명대학교 체육관에서 투표사무원들이 개표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인 10일 대구와 경북지역 각 투표소에서도 이른 아침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시·도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투표 마감 이후 진행된 개표 현장은 비례대표 투표지의 경우 길이가 무려 51.7㎝에 이르는 데다, 29년 만에 부활한 수(손으로 세는)개표가 도입되면서 여느 때보다 한층 더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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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0일 대구 달성군 비슬초등학교에 마련된 유가읍 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한 가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격전지 중·남구 아침부터 긴줄
19세 학생들도 첫 투표 인증샷
개표소선 순서 놓고 고성 오가


◆대구

이번 총선에서 대구 최대 격전지로 꼽힌 중구-남구지역 투표장은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남구 봉덕3동 행정복지센터엔 투표 시작 10분 전 오전 5시50분부터 차가운 새벽바람을 맞으며 투표소 앞에 줄을 선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투표를 마친 후 현수막 앞에서 '투표 인증샷'을 찍은 이영만(63)씨는 "오늘도 일을 하러 가야 해서 아침 일찍 투표를 마쳤다"며 "선거 후에는 물가가 안정되고 서민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투표소를 잘못 알고 찾아와 당황해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사전투표와 달리 선거 당일은 정해진 투표소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 선거사무원이 "투표 번호를 알고 왔냐"고 물어보자 모른다고 답한 한 시민은 "협성경복중학교를 가야 했는데 잘못 찾아온 것 같다"며 발길을 돌렸다.

3대가 함께 투표소를 찾은 가족도 있었다. 부모, 딸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서보승(56)씨는 "아버지는 올해로 89세가 되셨다. 어차피 다 같이 살고 있는데 부모님이 거동이 불편하셔서 아침부터 온 가족이 함께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소중한 한 표를 위해 불편한 몸을 이끌고 투표장을 찾은 이들도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투표장으로 온 한 어르신(여·83)은 "투표는 당연히 국민이 해야 할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몸이 조금 힘들더라도 투표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투표소에는 생애 첫 투표권을 행사하는 10대 유권자들도 연신 '투표 인증샷'을 찍으며 첫 투표를 기록했다. 김은서(19)양은 "처음 투표를 하는 날이라 도장 찍는 것도 떨렸다"며 "어제 잠들기 전에 후보들에 대해 꼼꼼히 찾아보고 왔다"고 했다. 수성구 한 투표소 앞에서 만난 김현승(19)군은 "부모님과 함께 투표소를 찾았다. 첫 투표여서 모르는 게 많았지만, 원하는 후보를 신중히 고르면 된다는 부모님 조언을 듣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며 "앞으로 지역 주민들과 젊은 세대가 잘 살 수 있도록 힘을 써주는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말했다.

'낙하산 공천 논란'을 빚은 일부 선거구의 유권자들은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북구에 사는 김인택(78)씨는 "이렇게 관심이 가지 않는 투표도 오랜만이다. 공약은 물론 누가 나왔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중구-남구 유권자인 박모(60)씨는 "국민의힘 공천과정에서 지역과 관련 없는 사람이 낙하산 공천돼 아쉬웠다"며 "국민의힘은 투표 결과에 따라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개표소에서는 개표 순서를 놓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오후 5시쯤 남구 영남이공대 천마체육관에 마련된 개표소에서는 개표 1시간여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후 6시15분쯤부터는 투표함들이 하나둘씩 도착하기 시작했다.

숨을 죽이던 개표장은 한 참관인의 질문으로 깨졌다. 50대 여성 참관인이 사전투표함부터 개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다. 일부 참관인이 동조하면서 이들의 목소리는 커졌다. 이에 선관위 측은 개표 순서의 경우 참관인의 소관 밖이라며 맞섰다.

약 5분간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고, 한 남성 참관인의 "이래서 선관위가 ○○라는 소릴 듣지"라는 욕설 섞인 비난까지 터져 나왔고, 순간 체육관은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동안 참관인과 선관위 간 설전이 오갔으나 나이가 지긋한 다른 참관인이 중재에 나서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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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7시 경북 경주시 종합사회복지관에 마련된 용강동 제3 투표소에서 105세인 이복남 어르신이 투표한 후 투표소를 나오고 있다. <독자 제공>


105세 어르신도 투표소 찾아
노모 대신 기표한 남성 적발
구미선 투표함봉인지 소동도

◆경북

10일 경북 926개 투표소에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한 세기 이상을 살아온 어르신들부터 부모의 손을 잡고 투표의 가치를 배우려는 아이까지 민주주의 축제를 즐기려는 투표 열기가 거셌다.

이날 오전 7시 경주시종합사회복지관에 마련된 용강동 제3 투표소에는 105세인 이복남(1919년생) 할머니가 손기복 용강동장의 안내를 받으며 투표소를 찾았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뒤 "국민의 선거로 뽑힌 정치인들이 싸우지 않고, 나라를 위해 힘을 합쳐 일하는 의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오전 11시 예천군 호명읍 제1투표소인 늘품복지센터에는 105세의 임차녀 할머니가 자녀와 함께 찾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유권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 투표보다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포항 북구 흥해읍 제14 투표소를 찾은 시민 손모(여·46)씨는 "누구를 뽑을지는 정해왔는데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받았을 때는 고민이 많았다"며 "당이 이렇게 많이 있을 줄 몰랐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했다.

구미 선주원남동 7 투표소인 선주중학교에서 투표한 차모(여·73)씨는 "후보자를 고르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는데 정당 투표용지가 너무 길어 놀랐다"며 "심지어 1번과 2번이 없고 이름이 다 비슷비슷해 내가 찍을 정당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후 투표소 안내문 앞에서 인증사진을 찍는 유권자도 있었으며 선거 교육을 위해 어린 자녀 손을 잡고 투표소에 온 가족도 있었다. 구미에서 초등학교 3학년 딸과 투표소를 찾은 김모(39)씨는 "투표를 어떻게 하고 선거가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 선거 때마다 함께 투표장에 오고 있다"며 "날씨가 좋아 투표 후 나들이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사건사고도 이어졌다.

경산시 78개 투표소 입구에는 조지연 국민의힘 후보자의 '대통령실 최연소 3급 행정관으로 근무 경력'에 대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음' 결정을 한 공고문이 붙기도 했다.

안동지역 한 투표소에선 50대 남성 A씨가 거동이 불편한 노모 대신 투표용지에 기표하는 것을 선거사무원이 적발했다. A씨는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휠체어에 태워 기표소 안까지 이동한 후 노모 대신 투표용지에 기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또 다른 안동 투표소에선 50대 여성 B씨가 기표소에서 투표용지를 촬영하다가 선거사무원에 적발돼 제지받기도 했다

부정선거 등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29년 만에 수검표가 부활하자 밤샘 개표 우려도 적지 않았다.

개표 사무원 A(여·30대)씨는 "이번에 수개표 과정이 추가되면서 밤샘 작업까지 생각하고 있지만, 친정에 맡긴 아이들의 등교가 걱정되긴 한다"고 말했다.

언론의 취재 행위도 일정 부분 제한됐다. 언론 관계자들은 개표현장 안으로의 출입이 금지돼 한 쪽에 마련된 장소에서 대기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촬영이나 취재를 위한 시간은 따로 마련할 예정이라 안내하기 전까지 언론인들은 개표현장에 출입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구미시 개표 현장에서는 투표함에 남아 있던 특수 봉인지 자국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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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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