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여든 노신사 손끝으로 전하는 법문

  • 이준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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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5-15  |  수정 2024-05-15 08:26  |  발행일 2024-05-15 제20면
[동네뉴스] 여든 노신사 손끝으로 전하는 법문
지난달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서예전을 연 고청 박재용 작가가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있다. <박재용씨 제공>

지난 4월16~21일 대구문화예술회관 11전시실에서 고청(古靑) 박재용 서예전이 열렸다.

남석 이성조 선생 문하에서 서예를 공부한 박재용(80·대구 달서구)씨는 스승에게 '고청'이라는 아호를 받았다. 그 아호에는 '서예공부 과정에서 어려움을 만나도 시작할 때의 마음을 돌과 같이 굳건히 지키며 정진하라'는 뜻이 담겼다.

2009년 첫 전시 후 15년 만에 열린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공력을 들인 대규모 병풍을 선보였다. 서체는 전서와 예서 중심으로 이뤄졌다.

특히 화엄경·금강경과 함께 대승 불교의 근본 경전인 대승삼부경 묘법연화경이 눈길을 끈다. 법화경 전문을 전지 크기에 26자 16행으로 400여 자로 배치해 170폭으로 완성한 것이다. 이 작품을 위해 5년 이상 법화경 전문을 찾아가며 여러 번 휘호하고 진서를 찾아 배치했다.

법화경은 예로부터 모든 불교 경전의 왕으로, 석가모니의 40년 설법이 담겼다. 다른 경전과 뚜렷이 구별되는 법화경만의 사상은 바로 여래의 무량한 수명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불경 중 가장 많이 간행됐다.

불화 몇 점도 발길을 붙잡았다. 영남불교대학에서 공부한 박씨는 불화에도 손을 댔다. 불화도 서예만큼 시간과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다. 박씨는 "정밀한 작업으로 한 눈은 시력을 잃었지만 모든 상황이 좋을 수 없는 게 인생"이라고 말했다.

여든에도 작품활동을 하는 모습에 감탄이 나온다. 박씨는"서예를 정진하기 위해 팔공산 기슭까지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가는 것과 이른 새벽에 친구들과 두류공원을 도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또 "가족·친구와 좋은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며 작은 소망을 전했다.

이준희 시민기자 ljoonh1125@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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