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경북 청도 남산 낙대폭포, 하늘서 쏟아지는 30m '물폭탄'…여름이여 오라

  • 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 |
  • 입력 2024-05-17  |  수정 2024-05-17 08:19  |  발행일 2024-05-17 제15면

1
길이 휘어지는 곳이 갈림길이다. 계속 진행되는 판석의 길은 빛의 길, 계곡을 건너 이어지는 길은 숲에 감싸인 데크 로드다. 결국 두 길은 폭포 앞에서 만난다.
2-2
데크 로드를 따라 숲으로 든다. 내내 계단이다. 골짜기는 깊고 가느다란 나무들은 동아줄처럼 높다.
4-1
낙대폭포 옆에 신둔사로 가는 등산로가 있다. 등산로는 대동골, 남산계곡, 남산 정상 등으로 이어진다.

청도군청을 지나자 도로 옆으로 물길이 보인다. 범곡천이다. 이 물길은 군청의 주차장 아래를 지나 청화로 밑을 가로지르고 청도군보건소 주차장 아래를 지나고서야 다시 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는 한내길과 나란히 흐르다가 청도읍사무소 앞에서 청도천에 합류한다. 군청에서 범곡천을 거슬러 오르면 곧 대동지다. 아담한 크기의 이 저수지는 지금 둘레 산책길을 만드는 중인 듯하다. 몇몇 아저씨들이 길가에 둘러앉아 계신다. 쓱 둘러보니 아직 쉴 만한 그늘이 보이지 않는다. 태양 빛에 검붉게 그을린 한 아저씨의 얼굴과 머쓱하게 마주쳤고, 저편 물가의 수양버들이 살랑거렸다.

남산서 흘러내린 물이 만든 '청도8경'
봄이면 벚꽃 만발…겨울엔 빙벽 장관
신경통 효험 소문…여름철 인파 몰려
계곡따라 시원한 물소리·숲길 이어져

◆청도 남산 범곡리 폭포골

대동지를 지나면 지나온 온갖 관공서와 학교와 아파트와 집들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산길이 시작된다. 허리 굽은 할머니들이 멈춘 듯 산을 오르신다. 천태종 청화사를 지나고 조계종 대웅사를 스치면서 그녀들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차린다. 두어 번 저절로 끙끙 소리가 나는 가파르게 굽은 길을 올라 청도한옥학교를 지나면 사방 산인 깊은 골짜기에 든다. 커다란 초록의 덩어리들에 약간 기가 죽은 채로, 혹여나 차가 마주 오지나 않을까 마음 바쁜 길이다.

남산(南山)은 청도의 진산이다. 옛 문헌에는 오산(鰲山)으로 기록되어 있다. 관아의 동헌에서 남쪽을 보면 연이은 산의 모습이 자라의 머리와 등처럼 보인다고 생긴 이름이다. 화양읍 청도읍성에서 석빙고 지나 남산 오르는 길을 남산골 또는 남산계곡이라 하고 남산 동쪽에 청도읍과 경계가 되는 골짜기를 대동골이라 하는데 두 골짜기 사이에 폭포골이 있다. 청도군청과 대동골, 폭포골이 아우러져 범곡리를 이루는데 옛 읍성이 있는 화양에서 보면 동쪽인 인(寅) 방향이라 순우리말로 범곡이라 부르고 한자로 범곡(凡谷)이라 쓴다. 범곡리는 학교를 비롯한 행정 및 교육 중심지이자 아파트 및 주거 단지가 밀집한 곳으로 청도군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호랑이와는 관계가 없는 범곡이지만 범이 산대도 믿길 만큼 서늘한 산빛이다.

폭포골은 폭포가 있는 골짜기다. 남산 정상에서 흘러내린 물이 폭포를 만들고 대동지를 채운 뒤 청도천이 된다. 천은 범곡천, 폭포는 낙대폭포(落臺瀑布)다. 낙대, 거창하거나 소소한 어떤 의미부여도 없이 그저 단순하고 직관적인 이름이다. 교행이 어려운 산길 끝에 숨 돌릴 만한 주차공간과 안내소가 자리한다. 몇 대의 차가 서 있고 음악 소리와 계곡 물소리가 들린다. 간이 화장실은 약간 놀랍도록 깨끗하다. 청도군 종합 안내도 옆에 쓰인 낙대폭포 안내문을 읽은 뒤 폭포로 향한다. 판석이 깔린 널찍한 길이다. 계곡 쪽 가장자리를 따라 안전 목책이 서 있고 약간 턱진 야자매트가 깔려 있다. 길 가운데는 몽돌 지압길이다. 한 여인이 야자매트를 밟으며 내려온다. 계곡물 소리와 새소리 가득하다. 모퉁이를 돌자 또 한 여인이 야자매트를 밟으며 여배우처럼 내려온다.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 야자매트 길은 청량한 그늘에 덮여 폭신하다.

2024051601000550900023103
청도 9경 중 하나인 낙대폭포. 높이는 30m에 이르며 백척폭포, 범곡폭포, 약수폭포, 낙대약폭 등으로 불린다.

◆낙대폭포

잠시 후 길이 갈라진다. 계속 진행되는 판석의 길은 빛의 길, 계곡을 건너 이어지는 길은 숲에 감싸인 데크로드다. 이정표가 없어 잠시 망설이다 계곡을 건넌다. 천천히 서성서성 오르며 저 아래에서 강아지와 함께 오고 있는 부부를 기다린다. 그들은 계곡을 건너려다 말고 판석의 길로 나아간다. 아차 싶었지만 무슨 고집인지 멈추지 않고 데크 로드를 따라 숲으로 든다. (결국 두 길은 폭포 앞에서 만난다.) 내내 계단이다. 이따금 골짜기 너머 부부의 모습이 보이지만 자꾸만 머리 위로 열리는 숲 때문에 아차, 했던 순간도 부부의 걸음도 다 잊어버린다. 아주 오랫동안 이 숲길을 잊지 못하겠구나 한다. 골짜기는 깊고 가느다란 나무들은 동아줄처럼 높다.

계단이 끝나고, 숲의 볕뉘 속에서 반짝이는 무언가 때문에 눈을 질끈 감는다. 폭포다. 빛 때문에 깜깜해진 쉼터를 더듬더듬 가로질러 폭포 가에 선다. 그때 오르막의 끝에 다다른 부부도 홀연 멈추어 서서 폭포를 바라본다. 잠깐 시간이 멈춘 듯했고, 이윽고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폭포의 높이는 30m에 이른다. 그래서 백척폭포라고도 부르고 범곡에 있다고 범곡폭포라고도 불린다. 또 옛날부터 신경통에 효험이 있다 해서 약수폭포(藥水瀑布), 낙대약폭 등으로 불려왔다. 지금도 여름이면 폭포수를 맞으러 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폭포수를 맞기 좋도록 아래 소를 욕탕처럼 정비해 놓아 인공폭포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낙대를 올려다보면 지구(地球)의 지구적(持久的)인 행동을 의심할 수 없다. 봄이면 폭포 주변으로 벚꽃이 만발하고 겨울에는 빙벽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여름의 짙은 녹음과 가을의 빼어난 단풍은 지금도 충분히 떠올릴 수 있다.

햇빛 많은 판석의 길을 따라 내려간다. 노란 산괴불주머니가 자주 눈에 띈다. 아카시아 꽃은 어찌 벌써 분분한 낙화 중인가. 저 아래에서 돗자리를 지닌 할머니가 천천히 올라오신다. "폭포까지 먼가요?" "아니에요. 금방이에요." 안내소에서는 여전히 음악 소리가 들리고 등산복을 야무지게 차려입은 남자가 이제 막 등산을 시작한다. 그가 폭포를 보고, 폭포의 정수리를 밟고 올라 남산 정상에 선 모습을 떠올려 본다. 아침 햇살이 남산에 비치는 모습을 오산조일(鰲山朝日)이라 한다. 언젠가 이른 아침 팔조령을 넘어 청도로 들어섰을 때 금빛으로 빛나는 남산의 모습에 오산조일의 아름다움을 실감한 적이 있다. 청도천변의 평평한 땅에서부터 불쑥 솟아나 그리 높지 않은 산임에도 몹시 돌올하고 어쩐지 신성하다는 느낌이었다. 과거 오산조일은 청도8경 중 으뜸이었지만 지난해 청도9경이 새롭게 선정되면서 제외되었다. 낙대폭포는 청도8경 중 제7경이었고, 지금은 청도9경 중 제6경으로 여전히 청도의 아름다운 풍광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사진=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 Tip

대구부산고속도로 청도IC에서내리거나 경산에서 청도소싸움경기장 방향 25번 국도를 타고 청도로 들어왔다면 모강교차로에서 우회전, 대남교차로에서 좌회전해 청도군청으로 간다. 파동과 가창, 팔조령 터널로 이어지는 30번 국도를 탔다면 샛별교차로에서 좌회전, 유등지 지나 서상교차로에서 좌회전해 청도군청으로 간다. 군청 주차장 앞 양정길 따라 조금 가면 대동지가 나타나고, 산길을 약 1.9㎞ 오르면 낙대폭포 초입의 주차장에 닿는다. 소형차 10여 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주차장에서 10여 분 거리에 낙대폭포가 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