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종성 사진작가가 촬영한 부친 천기섭 선생의 책. |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선비로 평생을 살아온 아버지의 일상을 담은 사진 전시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제2회 사진지평 포트폴리오 공모전에서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된 천종성(61) 사진작가가 4월29일~5월5일 대덕문화전당에서 '선비'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했다. 이번 사진전은 천 작가의 부친 천기섭 선생의 모습을 담은 연작이다.
천기섭 선생은 올해 98세다. 천 작가는 예전 같지 않은 아버지의 걸음걸이, 지팡이에 의존해 걷는 아버지의 일상을 촬영했다. 1998년부터 부모님을 모시다가 어머니께서 먼저 돌아가시고 현재 아버지만 모시고 있다.
"아버지는 이제 기력이 많이 쇠약해져 혼자 걷기도 어렵습니다. 걸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면 마음이 짠합니다."
'선비' 전시는 아버지께서 살아계실 때 아버지의 삶을 담아보고 싶어 시작한 것으로 그간 효도를 하지 못한 죄송함을 덜기 위한 작업이다.
선비로 평생을 살아오신 아버지를 작품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잠시 여동생이 모시던 부친을 2021년 다시 모시면서이다. 사진 촬영을 하면서 그동안 못한 대화도 많이 하고, 부자지간의 사이가 더 돈독해졌다.
천 작가는 4남 1녀 중 둘째다. 현재 부친과 아내,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어릴 적부터 본 아버지는 일상생활에서 언제나 자세를 흩트리지 않았으며, 의관을 정제해 집을 나섰다. 아버지를 존경한다는 천 작가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선비'를 발견했고, '선비의 길'을 보았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한학을 배운 아버지는 지금도 매일 유교 경전을 읽고, 쓰고, 이웃을 도와준다.
'선비' 연작엔 선비다운 사람으로 살기 위해 일생을 헌신한 한 사람의 생이 담겼다. 극적이거나 과장되지 않은 인물의 담담한 표정과 동작, 간결한 구도를 통해 선비의 일생이 주는 메시지를 전한다.
한문이 빼곡한 낡은 책을 보면 종이에 인쇄한 것처럼 단정한 필체의 글자를 아버지가 직접 붓으로 썼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책이 귀했던 시절, 아버지는 유교 경전을 필사해 책으로 만들었고, 지금까지 매일 읽고 있다. 단정하고 정교한 필체는 아버지의 쉼 없는 학습과 인격을 느끼게 했다.
'선비' 사진을 통해 선비의 삶을 보고, 진정 가치 있는 인생과 선비정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를 주는 전시다.
문순덕 시민기자 msd561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