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시대공감] 임영웅 스타디움 공연의 의미

  • 하재근 문화평론가
  • |
  • 입력 2024-05-31  |  수정 2024-05-31 07:04  |  발행일 2024-05-31 제26면
잔디보호 위해 운동장 비운
월드컵경기장 공연이 화제
편의공간·진행요원 배치 등
'공연문화 새 장' 누리꾼 찬탄
진정한 국민스타의 공연

2024053001001006600042921
문화평론가

최근 임영웅의 서울 월드컵경기장 공연이 큰 화제다. 이런 대형 경기장에서의 공연을 스타디움 공연이라고 하는데, 극소수 슈퍼스타에게만 가능한 공연이다. 팀은 멤버별 팬덤이 있지만 솔로가수는 한 명이기 때문에 스타디움 공연이 더 어렵다. 또 해외에서 팬들이 찾아오는 한류스타에 비해 국내 기반 스타도 스타디움 공연이 더 어렵다. 임영웅은 국내 기반 솔로 가수이기 때문에 스타디움 공연을 성공시키기가 거의 불가능한 조건이다. 그런데도 서울 월드컵경기장 공연을 성공시킨 것이다. 기적에 가까운 일로, 한국 대중가요사에 새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그가 국내에서 역사적인 대스타라는 점을 분명하게 확인시켜 준 사건이다.

이번 임영웅 공연은 회당 4만7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도 놀랍다. 서울 월드컵경기장이 6만명 이상을 수용한다고 하지만 그건 모든 관중석을 다 활용했을 때의 이야기다. 보통은 무대 장치를 해야 하고, 또 관중석이 너무 많을 경우 빈 자리가 날 것을 우려해 좌석을 어느 정도 조정한다. 그래서 스타디움 공연 관객 수가 4만명 이내로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임영웅 공연은 4만7천명을 넘긴 것이다.

이게 더 놀라운 것은 운동장에 아예 관객을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장에서 공연할 경우 운동장에 최우선으로 좌석을 배치한다. 그곳이 가수를 가깝게 볼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비싼 푯값을 받을 수 있고, 무대 앞에 관객이 가득 차야 열기가 살아나면서 가수도 공연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임영웅은 운동장에 단 한 명의 관객도 받지 않았다.

바로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스타디움 공연이 거의 없는데, 이건 그 정도의 스타가 드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울 월드컵경기장이 공연 대관을 매우 꺼린 탓도 있다. 그렇다 보니 한류 문화강국이라는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대형 공연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 것이다. 서울의 또 다른 스타디움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은 현재 수리 중이다.

월드컵경기장이 공연 대관을 꺼린 이유는 잔디 훼손 문제였다. 이번에 임영웅은 잔디보호를 위해 운동장을 아예 비운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공공기관이 주최하지 않은, 개인의 영리 목적 공연으로는 최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경기장 공연에서 운동장은 관객석 설치 1순위다. 그래서 지금까지 누구도 운동장을 비우지 않았다. 이틀 공연 동안 운동장을 모두 비우면서 임영웅은 최소 40억원 이상의 매출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 놀라운 선택으로 '잔디 훼손을 최소화하는 스타디움 공연'이라는 새 전범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한국 공연계에 새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임영웅 공연이 회당 4만7천여 명을 동원했다고 했는데, 그게 운동장 관객석을 포기하고 스탠드석만으로 이룬 기록이라 더욱 큰 의미가 있다. 이런 일들이 알려지면서 임영웅 공연이 폭발적인 화제가 됐다. 또 이번 공연에선 운동장이 스크린으로 쓰였는데 이것도 개인공연으로선 사상 최초였다.

이번에 임영웅은 최초로 실시간 무대 설치도 선보였다. 미리 설치해 놓으면 잔디가 상하기 때문에 공연 직전에 관중들이 입장한 상태에서 운동장 중앙 무대를 설치한 것이다. 간이화장실 대대적 설치, 편의 공간 설치, 진행 요원 대대적 배치 등으로 누리꾼들의 찬탄을 받기도 했다. 직전 공연도 초고화질 스크린이나 관객 배려 등으로 찬사 받았었다. 이래서 임영웅 공연이 한국 공연 문화를 선도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진정한 국민스타의 국민공연이라 할 만하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