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전신 화상 극복한 연극배우의 '긍정의 힘'

  • 이준희 시민기자
  • |
  • 입력 2024-06-05  |  수정 2024-06-05 08:15  |  발행일 2024-06-05 제24면
대학 시절 겪은 사고 담은 성용훈씨 창작 마임극

퇴원 어려워도 열정으로 회복…단독 연극 기획도
[동네뉴스] 전신 화상 극복한 연극배우의 긍정의 힘
5월23일 저녁 대구 수성구 소담아트홀에서는 1인 창작극 '성용훈의 몸으로 말하는 연극'이 펼쳐졌다. 대사 없이 마임으로 이뤄진 연극인데도 관객들과 웃고 울었다. 이 연극은 대학 시절 자취방 가스폭발로 전신 화상을 입은 연극배우 성용훈〈사진〉씨의 자전적 이야기다.

전신 78%의 화상 사고. 당시 의료진은 부모님에게 몇 번이고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열흘 만에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지만 퇴원은 기약이 없었다. 화상 탓에 오른손은 사용할 수 없고 붕대로 전신이 돌돌 감겨있는 자신을 볼 때 점점 오기가 생겼다. 손가락을 찢다시피 재활을 해 담당의사로부터 참 독하다는 말도 들었다. 사고 나기 전 그는 '긍정 아이콘'이었다. 병문안이 끊이지 않아 성씨가 있는 층의 간호사들도 간식이 두둑했다. 하루하루 엄청난 회복력을 보이고 사람들은 그를 불사신으로 불렀다.

화상 환자는 피부색이 갈변하기에 평균 2년은 햇빛을 보면 안 된다. 여름에도 장갑, 목도리며 모자로 '완전 무장'해야 한다. 성씨의 사고 후 첫 외출은 동료의 연극을 보러 간 것이었다. 돌아오자 연극을 향한 열정이 꿈틀거렸다. 그때 성씨는 앉고 서는 것도 힘들었다. 근육이 계속 수축하니 움직임에 근육을 늘리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상태로 동료들에게 같이 연극을 하자고 할 순 없었다. 폐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 연극을 하기로 했다. 사고 후 불과 9달 만의 일이었다. 기획·연출·의상까지 혼자 하는 것을 목표로 연습했다. 동성로, 김광석길을 무대 삼았다. 상가와 사람들의 소리 탓에 대사 전달이 힘들어 그만의 무언극이 탄생했다. 관객들의 집중도를 위해 10분으로 기획했다. 사람들에게 조금씩 다가가니 대인기피증도 달아났다.

발달장애인 이웃들을 지원하는 돋음공동체가 후원한 이날 공연도 그의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빠른 회복과 왕성한 활동은 살고자 했던 의지와 그의 쾌활한 성격 덕분이다. 잊지 않고 찾아준 동료와 지인의 도움도 크다.

올해 초부터 성씨는 계명대 연극뮤지컬과 동문회를 이끈다. 최근엔 차기작을 고르고 있다. 힘들어도 공연 끝날 때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고르느라 신중을 기울인다. 또 기획사를 세워 동료들과 같이 연극 활동을 하며, 결혼식 행사도 하고 있다.

이준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기자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