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문화도시, 달성 .4] 교도소가 미술관으로 변신한다면

  • 이선욱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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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7-02  |  수정 2024-07-02 10:12  |  발행일 2024-07-02 제20면
50년 혐오시설 이미지 밀어내고 문화예술 향기 넘치는 곳으로

교도소 건물 이전했지만 아직 어두운 분위기 남아

市·문체부, 후적지에 미술관·뮤지컬 공연장 조성

대구 넘어 한국 대표하는 문화도시 조성 '새 동력'

[나의 특별한 문화도시, 달성 .4] 교도소가 미술관으로 변신한다면
대구교도소 후적지가 위치한 달성군 화원읍 전경. 교도소는 현재 하빈으로 이전했으며 대구시와 문화체육관광부는 2028년까지 이곳 후적지 10만5천여㎡에 6천700여억 원을 들여 '국립근대미술관'과 '국립뮤지컬콤플렉스'를 건립할 계획을 협의 중이다.

화원역에서 대곡 방면으로 300m쯤 가다 보면 어딘가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 하나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대구교도소'가 자리하고 있던 곳이죠. '화원교도소'라고도 불렸던 이곳은 1970년대 초부터 50여 년간 자리하며 이름을 각인시킨 교도소였습니다.

'교도소'라고 하니 덜컥 어두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곳에 있던 교도소는 현재 하빈으로 이전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얼마 전에는 새롭게 마련된 그곳에서 개청식이 열리기도 했고요. 한마디로 화원에 자리한 이곳은 더 이상 과거의 그 '교도소'가 아닌 셈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곳을 '대구교도소 후적지'라고도 부르고 있죠.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곳에선 어딘가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교도소'는 이전을 했지만, 건물과 주변 부지는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남아있는 풍경들이 지금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렇게 여전히 어두운 과거가 느껴지는 이곳의 분위기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나의 특별한 문화도시, 달성 .4] 교도소가 미술관으로 변신한다면
대구교도소 후적지에 건립될 국립근대미술관과 국립뮤지컬콤플렉스의 전체 조감도. <대구시 제공>

◆대구교도소 후적지를 둘러싼 기억

우리는 흔히 우리가 사는 도시가 아름다운 일상으로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죠. 기대와는 달리 우리는 종종 어둡고 차가운 도시의 모습을 마주하곤 합니다. '교도소'도 그런 모습의 하나겠죠. 사회적으로는 필요한 시설이지만, 사실 아름답거나 행복한 일상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이를 가리켜 소위 '혐오 시설'이라는 말로 부르기도 합니다.

과거의 도시들은 이런 '혐오 시설'을 단순히 도시 외곽에 자리시키는 형태로 정책을 추진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도시가 점차 확장되면서 여러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죠. 갈수록 도시 외곽에도 주민이 늘고 교통이 발전하기 시작하자, 이런 시설들이 자리한 곳이 더 이상 외곽으로 보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화원에 위치했던 '대구교도소'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었습니다. 주거지가 확장되고 지하철이 개통되면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늘기 시작했죠. 오랜 기간 노후된 시설 또한 큰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보다 계획적인 형태를 거쳐 새로운 곳으로 이전을 하게 됐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죠. 그건 이곳이 여전히 과거의 '교도소', 즉 '혐오 시설'이 자리했던 곳으로 기억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의 그 '어두운' 풍경으로 말이죠. 말마따나 건물이나 부지가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게 과연 건물만 없앤다고 해결될 문제일까요? 건물이나 부지가 사라진다 한들 이곳에서 느껴지는 이 어둡고 이상한 분위기를 지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풍경이 들어선다고 해도 말이죠.

무슨 말이냐고요? 사람들의 기억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이곳이 '교도소'였다는 어두운 기억 말이죠. 시간이 흐르고 풍경이 바뀌어도 그런 기억은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그런 기억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으니까요. 어둡고 좋지 않은 기억들이 대개 그렇듯이 말입니다.

◆이곳을 새롭게 바꾸기 위한 계획

오늘날 우리가 다른 도시가 아닌, '문화도시'를 꿈꾸게 된 건 어쩌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기 위해서인지도 모릅니다. 보다 아름답고 행복한 일상을 이어나가기 위해 기존의 도시가 가질 수밖에 없었던 어두운 면모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극복해나가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달성문화도시'가 직면한 이 '대구교도소 후적지' 문제는 단순히 이곳 한 곳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문화도시'가 해야 할 역할에 관한 문제일지도 모르죠. '혐오시설'로 각인된 도시의 이미지를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가? 지워지지 않는 사람들의 어두운 기억을 어떻게 지워나갈 것인가? 사실 오늘날 도시를 사는 우리에게 이 문제가 시사하는 바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현재 대구시와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이곳 '대구교도소 후적지'를 새롭게 바꾸기 위한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2028년까지 이곳 후적지 10만5천여㎡에 6천700여억 원을 들여 '국립근대미술관'과 '국립뮤지컬콤플렉스'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이죠. '문화예술허브 조성 사업'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업은 국립 문화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새로운 대규모 '문화예술허브'를 조성함으로써 지역 간의 문화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구 지역으로 국한시켜 보면 달성군을 비롯해 달서구, 서구 등 상대적으로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계획이기도 하죠.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지점은 이처럼 국가적으로도, 지역적으로도 중요한 이 계획의 대상지가 다름 아닌, 이곳 '대구교도소 후적지'라는 점에 있습니다. 더 이상 과거의 그 '교도소'는 아니지만, 여전히 과거의 어두운 기억들로 각인된,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이상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곳 말이죠.

◆교도소가 미술관으로 변신한다면

그런 이곳이 미술관으로 변신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그것도 그냥 미술관이 아니라, 우리나라 근대미술의 대표작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국립미술관'으로 변신한다면 말이죠. 게다가 바로 옆에 '뮤지컬 전용극장'을 비롯해 우리나라 뮤지컬 산업의 새로운 거점이 될 대규모 공연시설까지 함께 들어선다면 말입니다.

분명한 사실은 두 시설 모두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시도되지 않았던 대규모 형태의 국립 문화시설이라는 겁니다. 우리 문화예술 분야의 한 획을 긋게 될 시설이라는 뜻이기도 하죠. 더군다나 이렇게 중요한 두 곳의 문화시설이 한곳에 위치한다는 것만으로도 이곳이 문화적으로나, 또 산업적이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새로운 '문화예술 허브'로 거듭날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그러니까 지난 50여 년간 '교도소'로 각인된 이곳의 어두운 이미지를, 앞으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허브'로 바꾼다는 것이죠. 물론 그렇다고 해도 이곳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겁니다. 우리나라 근대미술계의 대표작들을 감상하면서도, 또 화려한 뮤지컬 공연을 감상하면서도 사람들은 이곳이 '교도소'였다는 사실을 기억하겠죠. 그런데 어쩌면 실은 그 기억이, 앞으로 이곳이 지니게 될 새로운 가능성 그 자체가 될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기억으로 각인될 문화도시

그건 다름 아닌, 이곳이 바로 '문화도시'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도시가 가지고 있던 문제들을 문화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도시. 사람들의 어두운 기억을 문화적인 형태로 극복하는 도시. 생각해보면 이런 방식은 '문화도시'만이 할 수 있는 문제 해결법이 아닐까요?

'교도소'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이 생생하면 생생할수록, 그곳에서 감상하게 될 새로운 예술 작품들은 분명 또 다른 기억으로 각인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것들이 보여주는 것은 결국 '문화'가 가진 가능성이겠죠. 과거의 어두운 기억을 새로운 일상으로 극복함에 있어 '문화'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문화' 그 자체로 체감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대구교도소 후적지'를 새롭게 바꾸는 일은 오늘날 '문화'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를 가장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건 곧 우리가 사는 도시가 '문화도시'의 모습을 갖추어야 할 이유기도 하겠죠. 이곳 후적지를 바꾸는 일은 그 모습을 다름 아닌 '달성문화도시'가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달성군 역시도 현재 이곳을 위한 자체적인 노력을 계속 기울이고 있죠. 먼저 아직 이곳에서 느껴지는 그 '이상한' 분위기부터 바꿔나간다는 계획입니다. 이미 지난해 10월 달성군은 이곳 주변의 유휴부지를 산책로 및 쉼터, 공연장 등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달성군 관계자는 "문화예술 허브 조성과는 별개로 오랫동안 시설을 방치하게 되면 오히려 이곳이 슬럼화될 우려가 있다"며 이를 방지하는 동시에 이곳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본격적인 변화에 앞서 우선 주변부터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새롭게 바꾸겠다는 뜻이죠.

'대구교도소 후적지'를 둘러싼 이런 변화는 오늘날 우리에게 결코 작지 않은 울림을 선사하게 될 겁니다. 어두운 기억으로 가득한 이곳이 그렇게 점차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나아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 허브'로 바뀌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건 과거의 '어두운' 기억 대신 전혀 다른 기억을 남기는 일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이곳에서 펼쳐질 새로운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말하자면 그게 곧 '달성문화도시'에 대한 새로운 기억이기도 하겠죠.

글=이선욱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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