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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자씨가 주간보호센터에서 어르신들과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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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자씨가 주간보호센터에서 어르신들과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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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자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제가 누군가요?" "은자, 반갑데이."
대구 수성구 한 주간보호센터 안. 매주 화요일에 찾아오는 노래 선생 정은자씨가 이날도 왔다.
30여 명의 어르신이 차차차 노랫가락에 맞춰 노래와 율동을 한다. 한 시간동안 쉼 없이 이어지는 노래 수업엔 정씨의 열정이 넘쳤다. 화려한 드레스,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 그래도 정씨는 즐겁다.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이 온 것 같다"라고 말한다.
정씨는 올해 73세다. 키 150㎝ 작은 체구에 돌봄을 받아야 할 나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노래 선생으로 주간보호센터 돌봄에 나선 지 1년이 넘었다.
10년을 손자 키우고 나니 찾아온 일흔의 나이에 엄마, 아내, 할머니라는 호칭을 떼고 온전히 정은자라는 이름으로 센터에서 '언니' '오빠'를 만난다.
활동지역도 대구 수성·달서·북·동구 등 폭넓다. 정씨의 노래를 들어본 사람들은 예사 목소리가 아닌 것을 단번에 알아본다. 30대부터 체육대회, 칠순잔치 가수로 크고 작은 무대를 가리지 않고 누볐다.
그는 "세월을 도둑맞았다 할 정도로 노래 봉사가 체질이 됐다"며 노래 사랑과 봉사는 따로 뗄 수 없는 국밥처럼 자신 삶의 대부분이라고 한다.
정씨를 대해 본 사람이라면 그의 정갈함에 놀란다. 데이케어센터 원장 안정미씨는 "다른 사람과 다르다. 미리 무대복을 챙겨 오신다. 내용도 알차고 호응도와 신뢰가 높다"라고 엄지척했다. 그의 준비된 자세는 통장 생활 20년의 관록이 몸에 밴 때문이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없는 시절, 연락이 오면 각종 서류를 통장이 일일이 챙겨 기관에 전달했다. 큰 일도 똑소리 나게 잘 처리를 해야 하는 정씨의 성격이 묻어있다.
노래 수업을 마친 후에도 어르신들은 정씨의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삼삼오오 모인다. 정씨를 보내기 아쉬워 살갑게 이것저것 묻고 부탁도 한다. 정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열심히 하고 싶다. 나도, 상대방도 즐겁고 보람찬 인생이 됐으면 한다. 자식들에게 열심히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글·사진=이명주 시민기자 impsee@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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