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통합의 성공요인은 배려와 양보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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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8-21  |  수정 2024-08-21 07:05  |  발행일 2024-08-21 제26면
유례없는 광역단체 통합 시도

다양한 부정론과 긍정론 상충

관공서·교통·인사 등 양보가

청주-청원 간 통합 일등공신

자존심 싸움 대신 상생고민을

[동대구로에서] 통합의 성공요인은 배려와 양보
홍석천 경북부장

오는 2026년 7월 통합지방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대구경북행정통합'은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른 시도다. 국내 최초로 광역자치단체의 통합 시도라는 외형적 명분은 둘째치고, 수도권과도 경쟁할 수 있는 특별시급 규모의 행정구역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과 통합을 통해 군사·외교 등 필수국가사무를 제외한 최고 수준의 자치권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전례는 물론, 비슷한 시도조차 없었던 미증유의 일을 대구시와 경북도가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통합과정에서 여러 불협화음들이 나오고 있다. 외부에서는 지역의 성장동력 마련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긍정론과 '1+1=1'에 그칠 것이라는 부정론이 상충하고 있다. 반면 대구시와 경북도 사이에서는 대구와 안동에 위치한 현 청사의 운용이나 통합의 성사를 가를 주민투표 여부, 고위공무원 배치 등의 문제들로 통합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드러나고 있다.

1991년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가 30년 만에 부활한 이후 행정조직의 통합이나 편입 사례는 5건이다. 달성군이 대구가 광역시로 변경하면서 편입됐고, 강화군과 옹진군 역시 인천광역시에 포함됐다. 또 지난해에는 경북 군위군이 대구시에 편입됐다.

통합은 2010년 경북 창원시와 마산시, 진해시가 통합 창원시가 된 것과 2014년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 청주시가 된 2건뿐이다.

반대로 통합을 추진하다 무산된 경우도 여럿 있다. 전주시와 완주군은 1990년대부터 3번이나 통합하려 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특히 2013년에는 통합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까지 시행했지만, 완주군민의 반대로 통합이 성사되지 못했다. 경기도 성남·광주·하남시 통합안은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이 중 청주시는 비록 기초자치단체의 통합이지만 대구경북의 행보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통합에 성공했지만 초창기 청주시가 청원군과의 대화와 타협없이 일방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면서 청원군의 극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인구나 재정력 등에서 열세인 청원군은 흡수통합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했던 것이다.

세 차례 실패 이후 네 번째 시도 만에 통합에 성공한 청주시와 청원군의 상생발전방안에 모두 39개 사항에 75개의 세부사업이 담겨 있다. 상생발전방안에는 농업정책국 신설과 농업 예산의 안정적인 확보, 두 지역의 시내버스 통합까지 청원군의 요구를 대부분 반영했다.

뿐만 아니라 통합 이후 청원군 지역 지방의원 정원을 유지하고, 구청 4개 중 2개를 청원지역에 설치하는 것, 승진에 유리한 본청 진입도 청원군 출신이 실제 비율보다 더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배려했다. 특히 상생방안의 이행을 감시하는 상생발전위원회는 전체 위원의 3분의 2를 청원군 출신으로 구성하고 위원장도 이 가운데 선출하도록 했다.

현재 대구시와 경북도는 통합 논의 과정에서 청사 및 기관 운용을 둘러싼 갈등, 통합 이후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갈등, 주민들 간의 정서적 갈등, 지역개발 갈등, 공무원 인사 갈등 등 크고 작은 많은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

대구는 영남의 중심이었고, 경북은 영남의 맏형이었다. 500만 메가시티를 향해 나가는 두 기관은 이제 자존심 싸움은 잠시 접고, 양보와 배려로 새로운 천년 대계를 그려나가기 바란다.
홍석천 경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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