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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시집 '우연한 미래에 우리가 있어서'를 펴낸 신용목 시인. 〈본인 제공〉 |
"그때 알았을까, 어쩌면 내 몸은 삼십 년을 뚫어놓은 구멍이라는 것을" (우연한 미래에 우리가 있어서 中)
슬픔에 적극적으로 침잠함으로써 서정과 사회를 연결해온 신용목 시인이 그의 일곱번째 시집 '우연한 미래에 우리가 있어서'를 펴냈다. 이번 시집은 2021년 출간된 전작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 이후 3년 만의 작품이다. 시인은 슬픔을 꺼내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며 '미래'에 대해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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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에서 '미래'라는 주제가 돋보이는데.
"우리에겐 우연히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우리가 세상에 던져진 것, 내가 당신을 만난 것들은 우연에서 시작된 것들이다. 하지만 우연히 들어온 세계에서 살아가면서, 이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은 필연에 속하는 게 아닐까. 그런 질문에서 시작해 쓴 시들이다."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이 세계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는 게 필연일 수밖에 없다고 했을 때, 슬픔, 고통, 우울 같은 것들은 배제하고 밀어낼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새로운 세계를 읽든, 새로운 곳에 가든, 새 일을 시작하든 그 거름은 보통 '의지'라고 말한다. 그러나 슬픔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슬픔은 버려야 할 것이 아니라 우리를 끝내 다른 곳으로 이끄는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요즘 시들은 고통을 숨긴 채 환기하는 감각적인 세계를 추구하고 있고, 그런 시도 필요하다. 하지만 고통을 마주했을 때 그 너머에 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는 말을 하고자 했다.
▶표제시를 보면 '열아홉 살의 나'와 30년 후인 '현재의 나'가 기억을 통해 이어진다. 과거를 회상한 시점을 열아홉 살로 정한 이유가 있나.
"청소년기의 마지막인 만큼 많은 꿈을 꿨다. 어느 순간엔 실패하고, 또 어느 순간엔 맹세가 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가진 순수한 열정으로부터 결국 '현재의 나'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거쳐온 모든 것이 30년의 시간을 관통해 그날로부터 나온 것 아닐까."
▶'돌'이라는 시어가 나올 때마다 단단한 내면이 엿보인다. 시인에게 '돌'은 어떤 의미인가.
"돌이 그렇게 많이 나온 줄 몰랐다(웃음). 내면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이 외부에서 만나는 존재인 것 같다. 돌이 놓여 있으면 쥐고 싶거나 오래 쳐다보고 싶은 순간이 있지 않나. 그때 내면에 있는 슬픔이나 비애를 가져간다."
▶'시계탑' '연애' 등 어떤 시들은 사회적 참사가 떠오른다. 약자와 연대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엿보인다.
"아주 평온하고 고요해 보이는 공간에서도 비극들이 일어났다. 많은 사람의 희생이 있었고 어떤 식으로든 우리는 거기에 빚지고 있다. 부채를 가진 걸 망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재난들도 있다. 수많은 죽음으로부터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인식할 때 그 죽음을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3년 만에 나온 시집이다. 마지막으로 시집 출간 소감은.
"나에 대한 어떤 고백에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개인적인 한 시기를 마무리하는 시집인 듯하다. 또 올해 대구에서 첫 해를 보내는데, 이 시기에 나와 새로운 시작의 느낌도 든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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