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박찬흠 개인전… 조개껍데기는 녹슬지 않는다](https://www.yeongnam.com/mnt/file/202409/2024090201000084600003051.jpg) |
박찬흠 작 '시들지 않는 나' |
![[동네뉴스] 박찬흠 개인전… 조개껍데기는 녹슬지 않는다](https://www.yeongnam.com/mnt/file/202409/2024090201000084600003052.jpg) |
박찬흠 작가는 정교한 소묘 실력을 자랑하는 펜화와 아크릴 회화을 주로 그린다. 가장 편안한 장소인 집에서 폭발적인 집중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
대구생활문화센터에서 진행되는 '시민작가열전'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시민작가를 발굴, 더욱 훌륭한 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코자 일 년에 두 차례 전시회 개최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올 하반기에는 박찬흠(20·달서구 본리동) 작가가 선정돼 '조개껍데기는 녹슬지 않는다'라는 주제로 약 40점의 작품을 3일부터 전시하고 있다.
첫 개인전을 하는 박 작가는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성인이지만 세명학교 전공과에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훈련을 받고 있는 정도가 심한 발달장애인이다.
박 작가는 친가와 외가의 미술적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아 유치원 시절부터 각종 미술대회에서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초등학교 시절 그의 재능을 알아본 선생님이 미술 수업을 진행하려 했으나 오히려 미술에 흥미를 잃고 몇년 간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15세에 펜으로 자신이 사는 동네를 섬세하게 그리기 시작했다. 전문가의 권유로 제1회 오티즘엑스포에 전시됐고 현재 강남가족지원센터에 소장돼 있다. 그 외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국립 현대미술관, 대구 이화 새봄발달센터 등 여러 곳에 작품이 소장됐다.
박 작가는 예민한 후각, 촉각, 시각, 청각 등을 가져 그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사물을 인식한다. 한번은 아파트 화단에서 꽃을 관찰하는데 그치지 않고 꽃의 존재를 온몸에 각인시키려는 듯 꽃밭 위에 누워 꽃을 만지고 냄새 맡고 끌어안은 적이 있다. 이후 꽃잎을 사진을 찍은듯 정교하게 묘사해 냈다. 일상생활이나 여행을 다니면서 보고 느낀 풍경을 주로 그리는 그에게 부모님은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어머니 배선영 씨는 "이번 전시회를 시작으로 찬흠이의 그림이 전국, 전 세계에 전시될 수 있도록 뒷바라지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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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흠 작 '늘 행복했으면', 현재 서울 아메리칸 팝아트 거장전에 전시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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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흠 작 '나른한 바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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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흠 작 '할말 있는 듯3', |
타인과의 감정교류에 어려움을 겪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그에게 그림은 자신을 표현하는 소통의 수단이다. 또한 성인이 된 그가 사회 구성원으로 자신의 역량을 당당하게 펼칠 수 있는 방편이다. 부모에게는 아들의 관심사나 감정 상태를 눈치챌 수 있는 고마운 퍼즐 조각이다.
김윤경 미술평론가는 "우리가 놓치는 혹은 쉽게 건너뛰는 세상의 많은 풍경을 자신만의 질서로 기억하고 구현해 내는 그의 시지각(視知覺)이, 그의 내면공간이 신비스럽다.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박찬흠 작가의 작품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박 작가는 세계학생미술대회 은상, 전국장애청소년예술제 미술부문 최우수상, 전국장애학생미술공모 금상, 대구장애청소년미술공모 대상 등을 받았다. 2022년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대구를 빛낸 33인 중 한 명으로 재야의 종을 타종했다. 현재 사회적기업 <주>커스프 소속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전시는 29일까지.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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