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일 칼럼] 나의 금호강을 '國家庭園(국가정원)'으로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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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07  |  수정 2024-10-07 17:39  |  발행일 2024-10-07 제22면
추억의 금호강, 최고의 경관

대구 도시 발전, 금호강 소외

41㎞ 도심의 강은 습지대로

순천만 정원박람회의 대박

금호강 국가정원, 꿈은 아니다
[박재일 칼럼] 나의 금호강을 國家庭園(국가정원)으로 누구든 그렇겠지만 개인적으로 꽂힌 풍광이 있다. 난 금호강이다. 구체적으로 대구에서 가다보면 경산 하양 초입 직전, 일명 '물티미' 언덕에서 바라보는 금호강이다. 아름답다. 어릴 적 뛰놀던 아스라한 추억과 겹쳐 있다. 유유한 강줄기 너머로 너른 들이 펼쳐 있고, 대구선 열차도 다녔다. 한참 바라보노라면 사발로 잡던 피라미가 하늘로 튀어 오르는 듯하다. 드문 드문 고층 아파트로 조금 빛이 바랬지만, 아무튼 내가 보기에는 프랑크푸르트의 라인강도, 캐나다 퀴백에서 넋을 잃고 구경한 세인트로렌스강도 금호강에는 못 미친다. 내 마음속, 세상 최고의 경치다.

탐구력 있는 대구 사람들이 종종 제기하는 질문이 있다. 대구는 왜 서울 한강처럼 금호강 주변이 발달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다. 글쎄, 언젠가 도시 전문가는 서울은 한강 북쪽에 자리를 잡았고, 대구는 금호강 남쪽에 자리 잡은 탓이 크다고 했다. 북반구에서는 남향으로 건물을 짓고, 도시는 남쪽으로 확장하는 성향이 있다. 금호강에 대한 질문은 강의 존재감과 가치를 그만큼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 흥미로운 포럼에 참석했다. 대구경북조경협회가 주관했는데, 주제가 '대구정원도시 현재와 미래'다. 정원 혹은 조경이란 측면에서 도시를 해석한다. 세계 도시들은 경쟁을 한다. 결정적 요인은 얼마나 훌륭한 '도시공간'을 갖고 있느냐이다. 정원도시(garden city)가 그래서 탄생하고 있다. 정원(garden)은 공간(gan)과 즐거움(oden)의 합성어이다. 공간의 품격은 아파트 가격마저 결정짓는다. 실내 정원이 있는 힐링 백화점, 카페가 뜨는 시대다.

'순천만 국가정원'은 대한민국 정원문화를 한단계 끌어올린 '작품'이다. 국가정원이란 생소한 명칭은 국민적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난해 열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근 1천만명을 끌어모았다. 27만명 변방 도시를 명품 반열에 올려 놓았다. 10여 년 전 소박한 정원도시를 꿈꾸며 시작했던 결말이 기적으로 다가왔다. 김숙영 순천시 조경팀장은 "원래는 순천만의 오염을 방지하고 흑두루미 서식지를 보전하기 위해 상류 중간지대에 녹지공간을 만들자는 발상으로 시작했는데 이게 대박이 됐다"고 말했다. 국가정원의 성공 배경에는 시장, 국회의원이 있었다. 박근혜 측근이었던 이정현 의원이 완벽한 정치 험지였던 이곳 전라도에서 당선된 것도 이 사업을 밀어붙인 배경이 있다고 한다. 예산 조달 방식도 흥미롭다. 온갖 중앙부처를 다 끌어모았다. 국토부 돈을 들여 저류지를 만들고, 농식품부의 한방체험센터, 산림청의 도시숲, 문체부의 습지센터를 조성하는 식이다. 중앙정부 돈을 뺏어오려면 이렇게 하면 된다는 교범이랄까.

김수봉 교수(계명대 생태조경학과)는 포럼에서 "대구도 도시 정원 자원이 풍부하다. 골목 정원도 그렇고 시민 열의도 크다"며 "무엇보다 대구도심을 41㎞에 걸쳐 동서로 흐르는 금호강은 순천만에 버금갈 국가정원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10월 역대 처음으로 정원박람회를 개최했다. 금호강 하중도였다. 무려 33만명이 다녀갔다. 올해는 11일부터 15일까지 열린다. 하중도에 유채꽃이 만발한 때 금호강 북쪽 고속도로를 지나면 대구가 확 달라보인다. 금호강은 지금 온통 습지대로 태고의 자연미를 자랑한다. 오염으로 점철된 과거의 그 강이 아니다. 수성구, 동구, 북구, 서구, 달서구, 달성군과 연접한 금호강에서 정원박람회를 순회 개최하고 그 조경물들을 존치한다면 금호강 41㎞는 국가정원으로 탄생할 수도 있다. 꿈이 아니다. 나의 금호강은 국가의 강이 될 게다.
박재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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