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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배의 '근대 대구풍경' 사진집에 나오는 1980년대 철거전의 반월당 건물. |
대구사람이라면 반월당을 모르는 사람이 잘 없다. 대구의 중심가이자 번화가인 반월당에는 대구도시철도 1호선과 2호선이 교차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23개의 출구가 있을 정도로 유명한 반월당역도 있는 명실상부한 대구의 핵심 거리다. 그러나 반월당이 조선인이 운영했던 대구 최초의 백화점인 '반월당'이 있었던 곳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제강점기인 1932년 동성로에는 일본인이 세운 이비시야백화점, 1934년 북성로에서 대구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미나까이 백화점이 들어섰다. 같은 해에 중구 남산동에는 조선인이 세운 최초의 백화점 '반월당'이 세워지고 이후 서문로에도 조선인이 세운 무영당이 건립된다.
대구시 지명 유래에 의하면 반월당은 약전골목에서 돈을 많이 모은 차병곤씨가 목조 2층 건물에다 여학생들의 수예품을 주종으로 판매했고, 고객도 여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반월당의 경영은 차씨의 부인 최소돌씨가 맡았으나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1943년 경영난으로 딴 사람에게 넘겨져서 공신백화점으로 상호가 바뀌었다.
1945년 해방 이후 공신백화점도 문을 닫고 헐리기 전까지 업종이 여러 번 바뀌었다. 자료검색을 해보면 차병곤씨가 직원들과 함께 반월당을 배경으로 촬영한 초창기 사진은 나온다. 하지만 1981년 도로확장공사로 반월당 건물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지명만 남게 됐다. 사라지기 직전 반월당 건물은 어떤 모습이고 무슨 업종이 영업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궁금증을 해소해줄 한 장의 사진을 필자가 우연히 발견했다. 대구시청 공보관실에 근무했던 강문배씨가 발간한 '대구의 근대풍경'사진집에서 나온 '1980년대 반월당 주변'이란 사진이다. 이 사진에서 반월당 건물은 재건축을 했는지 시멘트 슬라브 형식의 건물이었고 한자로 '半月堂' 이란 간판을 돋을새김했다. 영업하는 업종은 직업안내소와 맥주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위치는 1950년도에 나온 대구상공시가도(大邱商工市街圖)에 보면 교차로 남서쪽 두 번째 블록에 있으며 현재 위치는 반월당역 23번 출구 인근으로 보인다. 한 장의 사진이 수많은 설명보다 더 선명하게 대구 중심가의 역사를 알려준다.
글·사진=박태칠시민기자 palgongsan72@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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