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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서호동의 자투리땅에 마련된 정원 내 포토존에서 주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소방도로가 나면서 생긴 자투리땅인 이곳은 온갖 쓰레기와 오물 등으로 골칫거리였다. 대구민들레봉사단(단장 신희숙)이 '2024 대구온기나눔 아이디어 공모 자원봉사 해커톤 대회'에 선정돼 이곳에서 진행된 정원 사업은 지난 4월 어른 키만큼 자란 잡초를 제거하고 오물을 정리하면서 시작됐다.
봉사자들은 삽과 괭이로 땅을 파고 굵은 모래와 거름을 넣어 정원준비 작업에 땀을 흘렸다. 대구종합사회복지관 김근용 관장은 이곳 환경에 알맞은 꽃을 선정하고 꽃모종을 사서 심었다.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며 정성을 다했다. 꽃이 잘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은 일주일이 되기 전에 무너졌다. 고양이의 배설물로 꽃이 죽어가고 악취도 심했다. 고양이의 접근을 막으려고 커피 찌꺼기를 모아서 뿌리고 허브 종류를 식재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밤사이 꽃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리골드가 없어진 데 이어 어느 날은 수국 화분이 사라졌다. 안내문을 부착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그것도 잠시,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됐다. 꽃보다 더 빠르게 빼곡하게 자라나는 잡초를 뽑는다고 매일 매달렸다. 예쁜 꽃을 본다는 게 이렇게 많은 손길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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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서호동의 한 자투리땅에서 봉사자들이 잡초와 오물을 제거하고 있다. |
정원은 가족봉사팀부터 한 부모가정, 조손가정 등 남녀노소가 시간을 조정해 함께 가꾸고 있다. 집집이 사용하지 않은 항아리를 모아서 '옹기종기 항아리 정원'도 조성했다. 가을 국화가 장관을 이룰 때를 대비해 포토존도 만들었다.
매주 토·일요일 정원에 와서 꽃밭을 정리하고 물을 주는 김보광(동대구초 6) 학생은 "물을 주면 꽃들은 잎을 활짝 피우고 너무 좋아한다. 덩달아 나도 신이 난다. '목말랐구나. 시원하지' 꽃과의 대화는 정말 재미있다"고 말했다.
정원은 몇 차례 새 옷으로 갈아입고, 봉사자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 꽃들은 아름다운 모습과 향기로 답례한다. 휴대전화 메신저 단체 채팅방에는 하루하루의 활동과 계획, 꽃들의 모습을 공유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가꾸어 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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