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대구 달성화석박물관, 변화 멈추면 외딴섬 된다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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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0-30  |  수정 2024-10-30 08:24  |  발행일 2024-10-30 제26면
독특한 콘텐츠 첫발 성공적

향후 지속 가능한 운영 관건

국내외 운영 사례 적극 고려

다양한 채널 소통도 중요해

랜드마크 되도록 행정 집중

[동대구로에서] 대구 달성화석박물관, 변화 멈추면 외딴섬 된다
강승규 사회부 차장

대구 달성화석박물관이 정식 운영한 지 보름이 지났다. 국내 최초 화석 전문 공립박물관이라는 상징성에 건축상까지 더해지며 초반부터 기대를 모았다. 화석이라는 독특한 콘텐츠와 시대를 잇는 건축 디자인은 충분히 주목받을 만했다. 하지만 박물관 운영은 개관이 전부가 아니다. 초반의 관심을 어떻게 이어나가느냐가 성공 여부를 결정한다. 변화와 발전이 없다면 화려한 시작은 잠시뿐이다. 방문객의 발길이 끊기면 결국 부담만 남게 된다.

지역의 박물관들이 흔히 겪는 어려움은 반복된다. 개관 초반에는 호기심을 가진 방문객이 몰려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숫자는 빠르게 줄어든다. 방문객이 줄면 유지비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런 문제는 규모가 작은 지자체일수록 더 심각해진다. 시설 유지와 콘텐츠 개발에 꾸준히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경제와 관광 인프라와 연결되지 않으면 박물관은 외딴 섬처럼 고립된다. 주민들의 관심마저 멀어지면 시설은 결국 서서히 방치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전시된 화석만으로 사람들을 오래 붙잡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성공한 박물관들의 사례는 좋은 교훈을 제공한다. 일본 후쿠이 공룡박물관은 지역 학교와 협력해 학생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교육과 체험을 결합한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어낸다. 동시에 지역 주민과의 유대감도 강화한다. 캐나다 로열 티렐 박물관은 인근 공룡 유적지와 연계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단순 관람을 넘어 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체험과 교육, 지역 관광의 연계는 성공적인 박물관 운영의 핵심이다.

달성화석박물관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전시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새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지속해서 개발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겨냥한 체험 프로그램은 필수다. 단순히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만지고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런 경험이 방문객의 만족도를 높인다. 더 나아가 지역 명소와 연계한 관광 패키지를 만들어야 한다. 화석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달성군 투어 코스를 마련해 방문객이 하루 이상 머물도록 유도해야 한다.

주민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운영에 주민들의 의견도 반영해야 한다. 지역 행사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면 지역 사회와의 유대감이 커진다. 또한,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를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공룡과 화석을 주제로 한 AR 체험은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은 단순한 전시를 넘어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박물관은 단순히 화석과 유물을 보관하고 전시하는 곳이 아니다.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장소여야 한다. 과거의 생명과 지구의 역사를 배우고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더 나아가 지역의 문화 자산으로 자리 잡고 관광과 경제를 활성화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박물관은 그 자체로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상징물이 될 수 있다. 달성화석박물관이 지역의 자랑으로 거듭날지, 그렇지 못할지는 앞으로의 운영에 달려 있다. 지속적인 발전과 변화를 이어간다면 이곳은 단순한 건축물에 그치지 않고, 대구와 달성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가 돼 미래 세대에게 영감을 주는 공간으로 남길 기대해본다.
강승규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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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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