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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한 줄기 잎사귀 한 장' 북콘서트가 끝나고 작가들과 참석자들이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주와가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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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도시철도 2호선 죽전역에서 열린 '이주여성의 작가도전기:지구본(本)'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주여성들이 가족과 함께 인증샷을 남기고 있다. <이주와가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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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한 동네책방에서 열린 '뿌리 한 줄기 잎사귀 한 장' 북콘서트를 끝내고 작가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주와가치 제공> |
'<사>이주와 가치'는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이주여성의 작가 도전기:지구본(本)'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지난달 '뿌리 한줄기 잎사귀 한 장'이라는 책 한 권이 탄생했다. 10명의 이주여성들(베트남 출신 9명, 중국 출신 1명)이 참여해 고국을 떠나 낯선 타향에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책 제목은 대구에서 뿌리내리고 잎사귀를 틔우며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참여자들이 직접 지었다. 책은 총 4가지 주제(나의 고향,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차별의 기억, 지금 살아가는 곳 대구)에 40여 편의 글과 20여 점의 그림이 수록됐다.
이들은 취업비자, 결혼비자, 유학 등 다양한 목적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짧게는 6년, 길게는 18년 동안 이곳 대구에 스며들기 위해 고군분투한 흔적이 책 속에 녹아 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 우여곡절도 많았다. 한국어 수준이 다르고 글로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아 처음에는 한 주제에 세 줄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실력이 늘고 열정도 더해졌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출산한 참여자도 있었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글과 그림을 보내왔다.
책 내용은 다양하다.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주제엔 고등학생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고향에 계신 농부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먼 미래의 한국에게 보내는 편지 등이 실렸다. '지금 살아가는 곳 대구'라는 주제엔 "TV 속 한국은 눈이 와서 예뻤는데 대구는 눈이 안 와서 실망했다" "팔공산과 동화사의 아름다움에 반했다" "여름이면 시원한 강정보를 찾고 치맥축제에도 해마다 참석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주여성의 눈을 통해 바라본 대구가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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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의 작가 도전기:지구본(本)' 프로젝트 진행 결과 탄생한 '뿌리 한줄기 잎사귀 한 장' 책. 이주와가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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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한줄기 잎사귀 한 장' 책 속에 수록된 김뀐 씨의 '나의 고향'. 이주와가치 제공 |
책이 완성되자 지난달 도시철도 2호선 죽전역에서 그림 전시회를 연 데 이어 한 동네책방에서 북콘서트도 개최했다.
취업비자로 한국에 온지 16년된 빛서현(40·서구 비산6동)씨는 상주, 안산 등을 거쳐 대구에 정착해 가정을 이뤘고 현재 4살 된 아들이 있다. 그는 "나와 같은 이주여성들에게 도움주는 일을 하고 싶어 현재 대학에서 사회복지학과 상담수업을 듣는다"고 했다.
김뀐(26·수성구 시지동)씨는 6년 전 결혼 비자로 한국에 왔으며 지난달 귀화시험에 합격했다. 현재 바리스타 자격증을 준비 중이며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게 꿈이다. 그는 "아직 한국말도 서툰데 마음을 제대로 표현했는지 잘 모르겠다. 여러 사람이 관심 가져 주는 계기가 돼 좋았다"며 웃었다.
이주와가치 고명숙 대표는 "평소에 모이면 엄마로서 아이 키우는 이야기만 나눴는데 여성으로서의 이주여성 삶이 궁금했다"며 "나의 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남겨서 내 가족에게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자는 취지로 책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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