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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작가가 자신이 만든 항아리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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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작가의 항아리 작품에 조명이 들어와 있는 모습. <김성수 작가 제공> |
항아리를 도화지 삼아, 유리구슬을 물감 삼아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 주인공은 대구 군위군 행복마을버스 기사인 김성수(58)씨다.
김씨의 집 대문을 들어서면 알록달록 그림이 그려진 항아리들이 눈에 띈다. 그림을 이루고 있는 것은 전부 구슬이다. 모양도 색깔도 가지각색인 구슬을 항아리에 붙여 그림을 완성했다.
김씨는 휴무일이나 퇴근 후 '작가'가 된다. 김 작가는 우연히 작품을 만들게 됐다. 8년 전 인천의 한 철거 현장에서 잠시 근무했다. 굴착기가 빈집을 철거할 때 부서지는 항아리가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가 귀하게 여기던 물건이란 생각에 공터 한쪽에 항아리를 모아 고향의 텃밭으로 옮겼다. 그 무렵 공교롭게 구슬도 한 자루 얻었다. 구슬과 항아리로 작품을 만들어 보자고 해서 만든 첫 작품은 튤립 꽃이다. 튤립을 시작으로 5년 동안 만든 작품이 300여 개나 된다.
그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미리 구상한 주제에 적당한 항아리를 고른다. 깨끗히 씻어 밑그림을 그린 후 드릴로 구멍을 뚫는다. 이 과정은 고도의 기술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항아리에 구슬을 잘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슬을 넣기 위한 구멍을 뚫는 작업이 가장 힘들다. 약 0.2㎜ 간격으로 구멍을 뚫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항아리가 산산조각이 난다. 온몸에 힘주고 작업하느라 끝나고 나면 여기저기 아프다. 큰 항아리는 보통 700~800개, 작은 항아리는 200~300개의 구슬이 사용된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호주에서 직장 생활하는 아들을 생각하며 만든 시드니오페라하우스다. 항아리 그림에는 저마다의 의미와 사연이 있다. 특히 가족과 관련된 작품들이 많다.
날이 어두워지면 진가를 발휘한다는 작품들. 해가 지고 스위치를 누르자 300여 개의 항아리가 순식간에 빛난다. 항아리 안에 들어있는 조명이 켜지며 항아리에 박힌 구슬들이 형형색색으로 반짝거리는 모습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구슬 본연의 색깔뿐만 아니라 전구의 색깔까지 더해져 오묘한 색감을 연출한다. 바닷속 물고기 떼, 거북이, 인어공주도 있다. 동·식물은 물론 고(故) 김수환 추기경 등 인물도 표현했다.
그는 "어렵게 만든 작품을 완성하고 불을 켰을 때 표현하고자 하는 형상이 나오면 힘든 시간은 다 잊고 또 다른 작품을 만들고 싶어진다"고 했다.
작품이 늘수록 뿌듯함도 커진다. 인생 후반을 누구보다 즐겁게 살 수 있도록 원동력이 된 금쪽같은 항아리다. 김 작가는 "처음엔 힘든 일에 반대했으나 지금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아내가 한없이 고맙다"고 했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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