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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입문 1년째 되던 해인 2023년 11월 서울JTBC마라톤에 출전해 풀코스 완주에 성공한 요리사 최정석씨가 힘차게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최정석씨 제공> |
직업이 요리사인 최정석(32·대구 동구 신천동)씨는 마라톤을 시작한 지 3년이 채 안 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서울JTBC마라톤에 출전해 풀코스(42,195㎞)를 처음으로 완주했을 뿐 아니라 대구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춘천마라톤까지 연속으로 풀코스를 완주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동아마라톤에서는 3시간51분으로 개인 최고기록을 달성했다. '달리기는 동적인 명상'이라고 강조하는 최씨. 그는 어떻게 마라톤의 묘미에 빠지게 됐을까.
그가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형 때문이었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일주일에 세 번 야근하면서도 새벽에 꼭 달리기를 하고 출근하는 형을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대구로 내려온 그는 바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여름에도 불 앞에서 요리해야 하는 최씨는 하루에 샤워를 네 번이나 해야 할 만큼 땀을 흘리지만, 브레이크 타임만 되면 나가서 달린다. 종일 서서 일하고도 달리는 것은 마음이 힘든 것보다 몸이 힘든 것이 낫기 때문이란다.
그는 오전 5시에 기상해 대구 신천을 달린 후 출근한다. 또 밤 9시30분 퇴근해서 또다시 달린다. 브레이크 타임까지 합치면 하루 최대 세 번을 달리는 셈이다. 왜 그렇게 달리느냐 물었더니 스트레스 해소, 생각 정리, 활력 회복 등 장점을 끊임없이 열거했다.
날마다 '작은 성공'을 이룬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처음엔 1.5㎞가 한계였다. 그마저도 중간중간 쉬면서 뛸 정도로 힘들었다. 그는 "마라톤은 인간 체력의 극한을 뛰어넘는 스포츠 중의 하나다. 천천히 달려도 포기만 하지 않으면 목표한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최씨의 마라톤 예찬은 주변에 마라톤 붐을 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같이 뛰는 친구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한 것. 지금은 10여 명이 함께 달리는 러닝 크루가 형성됐다. 친구인 안병규(32·교사)씨는 "달리기가 없는 삶으로 돌아갈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전에는 피곤하면 쉬는 날이 잦았지만, 지금은 일정을 조절해서라도 달리기는 꼭 하고 있다"고 했다.
마라톤을 하면서 최씨에게 새로운 꿈도 생겼다. 그는 "JTBC마라톤에 출전했을 때 시각장애인과 함께 달리는 사람을 보고 가슴이 뛰었다"며 "장애인이 다른 한 사람에게 어깨를 맡기고 함께 뛰는 장면을 보고 언젠가는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내 어깨를 빌려주고 발맞추어 함께 달려 보고 싶다"고 했다. 이어 "마라톤 대회에 나가면 완주 지점에서 늘 가족이 나와 응원한다. 부모님과도 함께 뛰고 싶다"고 했다.
조경희 시민기자 ilikela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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