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용기기자〈사회3팀〉 |
"지금보다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걱정조차 사치입니다. 이미 한계에 왔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하루하루를 버틸 뿐입니다."
지난달 14일 대경선 개통으로 구미지역 소비가 대구로 쏠려 지역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질문에 구미 원평동의 한 상인은 이렇게 말했다. 이미 벼랑 끝에 서 있어 더는 물러날 곳도 없다는 의미였다.
구미시 송정동에서 식당을 하는 한 상인도 '살다 살다 이렇게 조용한 연말은 처음 본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코로나19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이 상인은 연말 단체 회식 예약도 줄줄이 취소되고 개인 모임도 없어 직원 월급과 월세 걱정이 막막하지만, 매달 반복되는 일이라며 오히려 나라 걱정이 앞섰다.
국가 산업단지가 있는 구미 중소기업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트럼프 2.0 시대 개막에 이어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걱정이 가득하다. 무엇보다 기업 경영에 가장 중요한 예측 가능성이 안갯속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구미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구미 제조업체 10곳 중 6곳 이상이 지난해 목표한 영업이익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고 2개 기업 중 1개 기업 가까이는 지난해 계획한 투자실적에 미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구미 수출입액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전기·전자 업종의 올해 1분기 기업 경기 전망이 전분기보다 14포인트나 하락해 새해 구미산단 경기 전망을 더욱더 어둡게 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 대경선 개통을 지역 소상공인 경기 회복 및 기업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발전한 시대에 인근 광역도시와의 공동생활권 구축은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다.
대경선 승객은 지난 2주간 주말 기준 대부분 만석 운행이지만, 구미에서 대구로 가는 승객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종착역인 구미역 인근 소상공인들의 주름은 여전히 깊고 구미역 인근 1번 도로와 2번 도로(문화로) 빈 점포들도 그대로다. 대경선 개통 효과가 아직 구미에는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역 소상공인들은 대구를 비롯한 많은 관광객을 구미로 끌어들일 자체 경쟁력 강화 및 시의 지원을 강조했다. 기업인들은 대경선 개통으로 대구의 우수 인력 유치를 통한 기업 활성화를 기대했다.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철도인 대경선이 지역 상생 발전과 지방 소멸 극복을 위해 달리는 대구·경북민의 희망선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용기기자〈사회3팀〉

박용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