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최대 한파 맞는 쪽방촌 주민 "몸도 마음도 춥다"

  • 박영민,장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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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08  |  수정 2025-01-08 11:25  |  발행일 2025-01-08 제3면
몸도 마음도 더 힘겨운 대구 쪽방촌 주민 '겨울나기'
"겨울엔 몸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외롭고 쓸쓸합니다." 7일 오전 10시쯤 찾아간 대구 중구 북성로 쪽방촌 일대.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까지 떨어졌다. 비좁은 골목에는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 바람을 피해 쪽방촌에 들어서자, 건물 전체에 가득 퍼져있던 한겨울 냉기가 온전히 느껴졌다. 복도는 고요하고 어두컴컴했다. 복도를 지나 2층을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를 때마다 "끼익" 나무 소리가 건물 전체에 구슬프게 퍼졌다.

올 겨울 최대 한파 맞는 쪽방촌 주민 몸도 마음도 춥다
7일 대구 중구의 쪽방촌에서 한 거주민이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방 크기는 성인 두 명이 누우면 꽉 찰 정도로 좁다.
올 겨울 최대 한파 맞는 쪽방촌 주민 몸도 마음도 춥다
냉기로 가득한 쪽방 건물 복도.
올 겨울 최대 한파 맞는 쪽방촌 주민 몸도 마음도 춥다
거주민들이 이용하는 재래식 공용 화장실.
사람의 온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던 쪽방 건물 2층에는 촘촘하게 작은 방들이 배치돼 있었다. 각 방 앞에는 너덜너덜한 신발들이 놓여 있었다. 낡은 재래식 공용 화장실 바로 옆 방에선 자그마한 빛이 새어 나왔다. 방에는 구멍뚫린 내복을 입은 조모(67)씨가 이불을 덮고 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조씨는 "사업을 하던 중 문제가 발생해 이곳에 머물게 됐다. 일찍이 가족들과 소식이 끊겨 지금은 혼자 살고 있다"며 "여기서 인생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금도 힘들지만,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눈물을 머금었다.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날씨에 대구지역 쪽방촌 주민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들은 쓸쓸한 겨울을 함께 이겨낼 사람이 주변에 없다며 심리적 고통을 호소했다.

쪽방촌 거주민 대다수는 기초 생활 보장 수급자다. 지원금을 받아가며 생활을 겨우 이어간다. 최근엔 고물가 때문에 식비 부담이 한층 가중됐단다. 행여나 약 구매 등 추가적으로 생활비가 필요하면 끼니를 거르는 일이 허다하다.


보험 적용 안되는 경우도 많아
몸 아프지 않으려고 안간힘 써

화재 취약해 누전차단기 작동
기부받은 전기 난로 무용지물
외로움 견뎌가며 추위와 사투



이곳에 거주 중인 김모(58)씨는 "한 달에 60만~70만원 정도 받는데, 물가가 비싸서 반찬 사 먹기도 힘든 상황이다. 또 약은 보험적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서 최대한 아프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프면 마음이 엄청 쓰라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겨울에는 몸도 마음도 더 외롭다. 샤워하고 싶어도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다. 씻으려면 큰 마음을 먹고 사우나를 다녀와야 한다. 그러면 밥 먹을 돈이 없어져 하루 한 끼 라면으로 버틴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건너편 방에 있는 곽모(53)씨는 최근 결핵을 앓으면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믿고 의지할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곽씨는 "두꺼운 이불을 몇 장씩 겹쳐 덮으며 추운 겨울을 근근이 버틴다. 하루에 한 끼 먹으면서 살고 있다. 가끔 교회나 단체에서 봉사를 와 음식을 주고 가긴 하는데, 그것도 잠시다.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많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대구 중구 달성공원 인근 쪽방촌도 상황은 매한가지. 쪽방촌 거주민들은 추운 겨울을 버티기 힘들다며 몸서리를 쳤다.

이곳에 거주하는 박모(71)씨는 "너무 추워서 옷을 몇 겹씩 껴입어도 공기 자체가 너무 차갑다 보니 감기에 자주 걸린다. 일단 감기에 걸리면 잘 낫지도 않아 며칠 만에 체중이 몇 ㎏씩 빠진다. 아플 땐 먹는 거라도 잘 먹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이불을 둘둘 감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복도에서 마주친 서모(60)씨는 "난방이 잘 안되니 어쩔 수 없이 춥게 지낸다. 가끔 샤워를 하고 싶어도 겨울엔 당최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민간단체 등에서 기부한 전기난로도 무용지물이다. 부족한 전기 설비 때문이다. 화재에 취약한 건물 특성 때문에 난로 사용을 자체적으로 자제하고 있어 안팎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강정우 대구쪽방상담소 사무국장은 "한겨울 난로를 사용하면 화재 위험이 커 잘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장태훈 수습기자 hun2@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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