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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 소설가 |
1965년 1월24일 처칠이 타계했다. 처칠은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웬만한 지구인이 그 이름을 다 아는 세계사의 인물이다. 비틀어 표현하면 히틀러만큼 유명하다. "우리는 독일과의(with) 전쟁이 아니라 독일에 맞서(against) 전쟁을 하고 있다"라는 그의 연설도 그 점을 말해준다.
처칠은 정치인이지만 뜻 깊고 재치 넘치는 말을 일상에서 구사한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묘비에 새겨져 있는 다음 명언도 그 중 하나이다. "나는 이제 창조주(my Maker)를 만날 준비가 됐다. 창조주께서 나를 만날 마음의 준비가 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뛰어난 언어 사용 능력은 그에게 노벨상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끄는 데 크게 이바지한 처칠의 회고록은 시 또는 소설로 대표되는 본격 문학작품이 아니면서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문학작품이 아니면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예는 처칠만이 아니다. 철학자들, 그리고 역사학자와 르포 작가, 심지어 대중가수 밥 딜런도 받았다. 노벨문학상은 문학을 넘어 인문학 분야 공로자를 치하하는 상인 것이다. 따라서 말 그대로 허구에 불과한 이야기 수준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은 없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사용되는 용어로 말하면 이른바 '순수문학' 소설은 찾아볼 길 없다. 연애 등 개인 단위 서사를 다룬 소설이 인류발전에 뜻깊게 기여할 바는 없다는 뜻이다.
같은 의미에서, 현실 정치권력의 논리를 대변하는 작가에게도 노벨상의 영예는 돌아가지 않는다. 이는 나치와 전쟁에 반대하는 귄터 그라스 '양철북'과 레마르크 '서부전선 이상 없다' 등의 창작 의도를 생각해보면 쉽게 헤아려진다. 압둘라자크 구르나 '낙원', 헨리크 시엔키에비치 '쿠오바디스', 존 스타인벡 '분노의 포도',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등도 마찬가지이다.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 등도 또한 같다. 우리나라 현대문학사의 1920∼30년대는 현진건, 이육사 등 민족문학가와 김동인, 이효석 등 그런 면모가 없는 사람들로 대별된다. 반민족행위자로 변절하는 예가 많은 후자 경향 문인들에게 노벨문학상이 주어질 리는 없다는 말이다.
처칠은 말했다. "성공은 영원하지 않고 실패도 끝이 아니다. 굴복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는 용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벨문학상이 한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생애에 주어지는 까닭을 헤아릴 수 있게 해주는 발언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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