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진의 문학 향기]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

  • 정만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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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31  |  수정 2025-01-31 08:29  |  발행일 2025-01-31 제15면

[정만진의 문학 향기]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
정만진 (소설가)

약삭빠름과는 까마득히 거리가 먼, 평온한 심성과 해맑은 얼굴의 아기 곰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일은 오늘"이라면서 온기 가득한 말들을 쉼 없이 주위에 전파한다.

"매일 행복하지는 않아도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강은 알고 있지. 서두르지 않아도 언젠가는 도착한다는 사실을."/ "노력한다고 항상 성공할 수는 없지만 성공한 이는 모두 노력했어."/ "만약 네가 100살까지 산다면 나는 100살보다 하루 덜 살고 싶어. 나는 너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으니까." "네가 있는 곳에서 다른 이가 오기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돼. 때로는 네가 그들에게 다가가야 해."/ "진정한 친구는 벗이 애써 지은 미소 속에 깃들어 있는 눈물을 볼 줄 알아."/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해. 보기보다 강하고, 믿는 것보다 용감해."

1926년 발표 동화 '곰돌이 푸'의 아기곰 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푸의 언행은 강은교 시 '우리가 물이 되어'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 저물녘에/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온유한 시선과 긍정의 마음으로 항상 용기를 북돋우어 주는 '곰돌이 푸'의 작가 밀른은 1956년 1월31일 세상을 떠났다. 밀른이 '곰돌이 푸'를 쓸 당시 그의 아들 크리스토퍼는 다섯 살이었다. 크리스토퍼는 '곰돌이 푸'에 나오는 어린 남자아이의 이름이기도 하다. 밀른은 외아들 크리스토퍼에게 이야기해줄 내용을 동화로 창작했기 때문이다. 아기곰 푸는 크리스토퍼가 가장 좋아하는 곰인형이었고, 동화 속 당나귀 이요르 역시 크리스토퍼가 아끼던 봉제인형이 모델이었다. 그뿐이 아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종군했던 캐나다 병사 헤카 콜번이 귀국하면서 흑곰 한 마리를 런던 동물원에 기증했다.

'워니'라는 이름의 그 곰을 크리스토퍼가 아주 좋아했다. 사냥꾼으로부터 산 흑곰을 병영 안에서 키웠던 병사의 선행이 이어지고 이어져 세계인의 마음을 울리는 아기 곰 푸로 환생한 것이다. 인간세상이 매일같이 아름답지는 않지만 아름다운 일은 날마다 일어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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