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극재 정점식의 예술과 기록

  • 박정미 대구미술관 수집연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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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19  |  수정 2025-02-19 08:11  |  발행일 2025-02-19 제21면

[문화산책] 극재 정점식의 예술과 기록
박정미<대구미술관 수집연구팀 과장>

대구미술관은 올해로 제 4회 정점식 미술이론상을 앞두고 있다. 정점식 미술이론상은 대구 미술계 및 한국 추상미술의 형성과 발전에 큰 업적을 남긴 고(故) 정점식(1917~2009) 화백의 숭고하고 높은 예술정신을 기리는 상이다.

정점식 화백은 1950년대부터 자연주의적 구상전통이 강한 대구화단에서 비구상의 추상회화 1세대 작가로 작업하면서 한국적 추상화의 한 경지를 개척했다. 작품 초기에는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다양한 실험을 거쳤으나, 한국전쟁 발발 후 종군화가단에 소속되어 '전선문학' 등 종군작가 기관지에 글을 쓰거나 삽화를 그리며, 점차 구상화에서 멀어지고 비구상과 반추상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이는 현실을 기록하는 구상화만으로는 전쟁의 참혹함과 인간적 고뇌를 충분히 표현하기 어렵다고 느낀 결과로 해석된다.

대구미술관은 정점식 작가의 작품 11점을 소장 중이다. 현재 대구미술관 4·5 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소장품 상설전 '대구 근대회화의 흐름'에서는 작가의 초기 작업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1957년에 제작된 '무제'는 한국 현대미술 초기 추상화 발전의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1960년대 이후에는 기하학적 단순화와 조직적인 화면 구성을 통해 더욱 명확한 추상미술로 전환하였다. 특히 1970년대 중반 이후에는 서예적인 붓놀림과 유동적인 형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는데, 이 작품 또한 그 근간과 시도 중 하나이다.

작품은 패널에 유채로 제작되었으며, 간결하고 추상적인 형상으로 화면을 구성했다. 유화 물감의 흐림과 번짐 효과를 통해 부드러운 질감을 구현했으며, 화면 전체에 기호적이고 추상적인 형태가 균형 있게 배치되었다. 둥근 원형, 곡선, 직선 등의 기하학적 요소가 어우러지며, 따뜻한 색조와 차분한 배경이 조화를 이룬다. 이러한 구성은 동양적 사유와 서양적 표현 방식을 융합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대구미술관은 정점식 작가의 아카이브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관리하고 있으며, 현재 100여 점을 보유하고 있다. 해당 아카이브는 크게 수집기록과 미술관기록으로 구분된다. 수집기록에는 정점식의 작품 관련 자료(드로잉, 스케치, 작품 사진 등), 작가의 개인 기록(노트, 서신, 전시 기획안 등), 정점식 관련 전시 도록 및 홍보 자료 등이 포함된다. 미술관기록에는 '대구미술관 개관 특별전: 정점식'을 비롯하여 대구미술관이 정점식과 관련해 개최한 전시와 연구의 기록물 등이 포함된다.

대구미술관은 근·현대 대구미술의 흐름을 연구하고 보존하기 위해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관리하고 있다. 또한 아카이브실에서는 정리·기술이 완료된 자료에 한해 열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정미<대구미술관 수집연구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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